"민법상 호주제도 폐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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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단법인 한국부인회총본부(회장 박금순)는 건전 가정 정착을 위한 전국 시·도지부장 연수 세미나를 21일부터 이틀 간 전주관광호텔 대회의실에서 갖는다.
이 자리에서 발표될 김용한 교수 (건국대 법대)의 『호주제도의 폐지가 건전 가정 정착에 미치는 영향』을 간추려 소개한다.
김 교수는 『호주제도를 폐지한다고 하여 친권 또는 부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은 호주권과는 다른 제도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속칭 가족법이라 불리는 민법 제4편 「친족」과 제5편 「상속」은 호주제도를 기틀로 하여 호주와 가족 사이의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정한 호주의 권리로는 ▲가족의 입적·거가에 대한 동의권 ▲가족의 분가강제권 ▲가족의 거소 지정권 ▲가족의 한정치산·금치산 선고에 대한 청구권과 그 취소 청구권 ▲가족의 후견인이 될 권리 등이 있으며 이와 함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는 실제로 거의 행사되지 않고 있어 불필요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같은 호적면에 기재되기만 하면 가족이 되는 법률상의 가족은 현실 가족과 크게 차이가 날 뿐 아니라 호주 자체를 놓고 보더라도 현실적으로 경제적·정신적 실권을 가지고 가족을 통솔하는 가장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친혼·중혼 등 혼인 장애여부를 판단하고 부양의무, 상속권자의 순위와 범위에 대한 조사·판별의 편의를 위해 호적제도는 호주제도와 분리, 존재돼야 한다고 그는 보고 있다.
김 교수는『호주제도란 우리들이 생각하는 가족제도와는 현저한 거리가 있을 뿐더러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 현실적인 가족관계를 왜곡함으로써 참다운 가족제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존재로 결론짓고 있다.
그는 현행 가족법이 이미 「부모와 자녀」「남편과 아내」「부양」「후견」「친족회」등에 관해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이 제도들은 건전 가정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 일찍부터 봉사해 왔으므로 이제 새삼 호주제도의 폐지가 이런 기본제도를 왜곡하거나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는 없을 것으로 못박았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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