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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호 “반기문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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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 반기상(68·왼쪽) 경남기업 고문과 반기호(60) 보성파워텍 부회장.

올해 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에 있는 동생 반기호(60) 보성파워텍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 총장=“나는 대통령선거에 나가거나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반기호 부회장=“형님에 관한 책이 30권 넘게 나왔고,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반 총장=“절대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선 안 된다. 그런 일 안 할 테니까 너희들부터 말조심해 달라. 부탁한다.”

 반기호 부회장이 5일 본지에 전한 반 총장과의 통화 내용이다. 반 총장은 3남2녀 중 장남이다. 두 남동생이 반기상(68) 경남기업 상임고문과 반 부회장이다. 반 총장이 5일 새벽 뉴욕대표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국내 정치에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반기문 대망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망론은 대부분 반 총장 ‘측근’이란 사람들의 말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반 총장의 두 동생과 통화해 봤다.

 - 대권 얘기가 나온다.

 ▶반기상=“불쾌하다. 내가 은평구에 출마한다는 말도 나왔더라고…. 은평구에 가 본 적도 없는데, 참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다가 더 시끄러워질까 봐 가만히 있는 거다.”

 ▶반기호=“형님이 전화해 말조심하라고 하셨다. 정치는 안 하겠다는 게 현재의 뜻이다. 본인이 직접 당부하면서 하신 말씀이다.”

 - 측근이란 사람들이 정계 진출설을 흘리는데.

 ▶반기상=“측근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 나도 궁금하다. 측근이라면 가족인 내가 측근 아닌가. 형님 친구들은 내가 다 안다. 정치인이야 ‘카더라’는 말만 듣고 헛소리해 자기가 뜨려는 사람들 아닌가. 생사람도 ‘카더라’로 죽이는 거다.”

 - 그런 말을 하는 근거는 있지 않겠나.

 ▶반기상=“측근이라는 사람들에게 형님을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서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물어봐라. 한심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형님과 관련된 책을 줄줄이 30여 권 냈다. 만화도 나왔다. 하나같이 엉터리다. 소송 생각을 했는데 한 권이라야 소송을 하지. 이 사람 저 사람 막 써 재끼니.”

 ▶반기호=“아유, 형님이 한국을 떠난 지가 8년이다. 형님은 측근을 두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들끼리 ‘반사모’니 뭐니 만들었다는데 나는 관여해 본 적도 없고 그들의 실체도 모른다. 측근이란 사람들은 다 형을 파는 사기꾼이다. 형님과 찍은 사진 한 장 가지고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측근은 없다. 내가 보장한다.”

 - 반 총장이 불쾌감을 표시했나.

 ▶반기상=“모른 척하고 있다. 그걸로 시비를 걸면 자꾸 커지잖아. 그러니까 그냥 떠들어라 그런 거지. 사무총장직에 사활을 걸고 일하고 있는데, 이런 말 나오면 유엔에서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일은 안 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국익에도 악영향을 준다. 취임 2년이 안 된 대통령에게도 흠집을 내려는 생각이 아닌가 한다.”

 ▶반기호=“분명히 크게 잘못된 거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큰 잘못이다. 걱정스럽다.”

 - 퇴임 후엔 현실정치에 뛰어들 까.

 ▶반기상=“아이고, 나이가 70(1944년생)이다. 쉴 때다. 내가 미국에 있는 조카들과 가족과 만나서도 ‘전혀 정치 생각이 없다’는 말을 확인했다. (정계 진출설에 대해) 형님이 그동안 대응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대응을 하면 더 큰 시비가 일 거란 걸 알아서다. 형님은 단언컨대 정치 생각이 없다.”

 ▶반기호=“최근에도 통화를 했다. 형님은 여기 와서 정치할 분이 아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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