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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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영자 여인의 사채파동의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 이 사건으로 손해를 입는 자, 또 이익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장 여인 사건의 충격파는 너무도 크고 깊다.
이익을 본 사람이 극소수인데 반해 손해를 입은 쪽은 광범하다. 따지고 보면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이익을 봤다면 장 여인과 밀착됐거나 그 배후의 몇몇 사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손해를 본 것은 국민경제이고 국민전체다.
장 여인의 사채파동에 직접 관련된 기업(6개)은 제의해 놓는다 하더라도 우선 장 여인과 이철희씨가 돌린 어음을 잡고 있는 선의의 피해자가 수천 여 명 있다(정확한 숫자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이들은 어음을 받고 물품을 납품했거나 돈을 꾸어 준 사람도 있다. 공영토건과 일신제강이 부도났으니(공영은 법정관리가 됐지만 일단 부도처리 됐다) 어음을 갖고 있는 수많은 채권자들은 그 돈을 받기가 어렵게 됐다.
상당기간 지불이 유예되거나 일신의 경우는 자칫하면 거의 못 받는 사태가 될지도 모른다.
둘째는 운행과 단자회사 등 금융기관의 손실이다.
현재까지 조흥은행이 60억 원, 단자회사들이 30억 원 어치의 어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피해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신과 공영에 대해 대출해 준 막대한 자금을 완전히 회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장의 사임과 간부들의 문책인사도 은행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정신적 손실이 될 것이다. 셋째는 정부의 손해다. 정부는 관련 다른 기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 우선 1천억 원의 긴급자금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그것으로 둑이 막혀질지 의문이다.
2개 기업의 부도와 관련업체의 부실화로 세수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이다.
지원한 자금에 대한 회수도 쉬운 일은 아니다.
넷째는 국민, 즉 국민경제의 피해다.
이번 사건을 보는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은 형언이 어렵다.
한자리수 물가안정을 하겠다고 하며 생활급도 힘겨운 봉급의 인상억제를 감수했는데 2천여 억 원의 돈을 여자가 굴렸다.
돈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어떻게 되겠는가.
특히 3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불황에 이번 사건은 설상가상의 타격을 주었다.
사채시장·단자시장이 얼어붙고 자금거래가 위축돼 부도위기에 물리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매우 심각하다.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이다. 제로섬이 아니라 엄청난 마이너스 게임을 장 여인이 벌인 것이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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