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와 자녀

5월8일「어버이날」이 되면 빨간 카네이션 꽃이 어버이들의 가슴에 달린다.
사랑의 표시요, 감사의 상징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이 땅의 많은 자녀들이 그들의 효심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카네이션 꽃 한 송이로 효도가 모두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또 카네이션 꽃이 아니라도 효도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어버이들에게 바쳐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버이날의 의미는 자녀들의 효도와 어른들에 대한 공경의식, 그리고 노인들에 대한 경로의 뜻이 함께 강조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버이 된 이들이 자녀들을 낳아 기르고 감싸고 가르쳤던 그 노고를 새삼 되새기며 그들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한다는 의식이 이날에 특히 강조된다.
물론 어버이의 가없는 사랑과 은혜는 하루의 행사로 보답될 리도 없고 보상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날의 행사는 새삼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지는 천륜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 가정의 윤리적 연대를 강화하는 풍속의 순화에는 적어도 공헌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특히 어버이에 대한 효도와 어버이 됨의 실상에 대한 수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이 가치관의 혼돈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핵가족화의 팽배로 조부모의 존재에 대한 망각은 늘어나고 맞벌이부부가 일반화하면서 제기되는 어버이상실과 자녀방임의 현상이 지금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반대로 핵가족제도 아래서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보호습관이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응석받이 청소년을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효도는 어느 의미에서 어버이의 자식에 대한 사랑의 반 조이기 때문에, 어버이의 자식사랑이 왜곡될 때 그에 상응해 자녀의 효도 또한 왜곡될 가능성도 크다.
전통적인 동양윤리의 테두리에서 표현되는 어버이의 자식사랑은「자애」라고 했다. 인 애에 근거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버이의 자식사랑은 본질적으로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이며 자기 희생적이지만 그 사랑의 표현은 인간적이고 사회적으로 순화되어 표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바라는 사랑이며, 건실한 인간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는 사랑이 아닐 수 없다. 표피적이고 형식적인 사람이기보다 은근하고 사려 깊은 사랑이다.
그런 「자애」의 정이 자녀들의 어버이에 대한 효도로 비칠 때에도 역시 간곡하고 극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일시적이거나 사탕발림의 효도일 수 없다. 『참다운 효행 자는 일생동안 자기 부모를 사모한다』는 맹자의「대효종신모부모」의 정신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늙은 어버이를 구박하며 심하면 상해까지 자행하는 패륜이 엄존하는 오늘 현실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천륜의 파괴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인륜관계의 훼손이라는 위험사태로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효도 관의 정립은 지금 매우 절실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데 필수적 요건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천륜관계인 부모와 자녀사이의 관계가 순조롭지 앉으면 가정의 평화는 물론 크게는 국가사회의 안녕 질서가 존립하기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들의 효도에 못지 않게 「어버이의 어버이 됨」의 자각이 절실히 요청되기도 한다.
어버이들이 어버이의 본분을 잊고 자녀들을 방임하거나 학대하는 것은 물론 온당한 일이 아니나 어버이들 사이의 불화가 또 자녀들의 일탈과 비행의 원인임도 인식해야겠다.
그 점에서 어버이날은 자녀들에겐 효심의 반성을, 어버이들에겐「어버이 됨」의 자각을 촉구하는 날임이 강조되어야겠다.
어버이날은 진실로 가정의 달 5월의 의미를 전체적으로 우리들에게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