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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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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팬터건(미 국방성)은 작년 말 비밀리에 컴퓨터에 의한 작전게임을 실시했었다. l986년으로 상정된 도상전쟁이다. 나토(NATO)의 전진방위진지는 바르샤바 조약 군을 5일 동안 저지할 수 있었다.
개전 19일만에 바르샤바 군은 나토의 후방방어선을 돌파하고 신속하게 서진 했다. 24일이 지나자 나토군의 방위능력은 완전 와해, 그 게임은 중지됐다.
그때 펜터건은 통상병기를 사용하는 전쟁은 5일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핵무기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1982년도 미 통합참모본부 군사정보보고의 비밀부속문서 속에 나오는 기록이다.
거기에 『통상병기에 의한 공격에 저항할 나토의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하지만 펜터건의 수뇌부는 이 게임을 관전한 뒤『한심하다』고 탄식했다.
「존·헤키트」의 유명한 가상소설 『제3차 대전』도 있었다. 그때 전쟁은 1984년으로 상정했다. 나토 군은 개 전초 바르샤바군의 기습공격으로 여지없이 붕괴되고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미국의 핵 폭격과 소련국내의 쿠데타로 전쟁은 종식된다는 낙관도 곁들여 있다. 「이도·쓰요치」의『미소 우주스파이 대 작전』에도 그런 낙관이 있다.
미국과 소련이 정찰위성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사용하는 한, 역설적으로 각 국이 다른 나라의 영공을 침범하지 앉고도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상호 자극을 주지 않고 경계를 할 수 있어 전쟁은 억지 된다.
이 전쟁 억지의 가능성을 주는 신비의 도구가 컴퓨터다. 그건 또 가공할 전쟁 수단도 된다.
파괴의 무기는 핵이지만 그 핵의 운반·사용은 컴퓨터가 맡고 있다. 또 핵의 공격에 대처한 방어도 컴퓨터가 한다.
소련의 핵탄두 ICBM이 미국을 향해 발사되었을 때, 그 기능 자체는 컴퓨터의 작업이지만 그것을 군사 정찰위성에서 탐지해 즉각 조기 경보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도 컴퓨터다.
그 때의 시간 여유는 20여분이나 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기가 발사한 엑조세 미사일은 가까운 거리에서 시속 64km로 영함 셰필드에 달려들어 경계 여유는 2∼3초뿐이었다.
최근에 사이언스 다이제스트 지는 미래의 전쟁을「컴퓨터 전쟁」으로 명명하고 있다. 『사람을 살상하는 전쟁은 무의미하며 컴퓨터를 파괴하는 전쟁이 멀지 않다』는 전망도 했다.
국가의 정치, 경제, 군사용 컴퓨터를 파괴하고 나면 전쟁은 승리로 끝난다는 가정이다.
요즘 포클랜드 해역에서 전개되는 신무기시험도 따지고 보면 컴퓨터 무기의 위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 위력 때문에 전쟁의 위험도 억지 될 것이란 희망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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