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전이 돼 버린 해전|영·아르헨 전에서「실험」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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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포클랜드 영유권을 둘러싸고 남대서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해전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해전사의 전환기를 이루고 있다.
첫째, 현대해전이 완전히 전자시대로 돌입한 점이다.
2일 침몰된 아르헨티나의 유일한 순 양함 제너럴 벨그라노 호는 헌터 킬러 급 영국 핵 잠수함에서 발사된 타이거 피시라는 컴퓨터어뢰 단 2발에 침몰됐다.
타이거 피시는 30km 떨어진 목표물을 시속 80km로 날아가 명중시킬 수 있는 최 신예 잠수함무기인대 자체에 부착된 컴퓨터로 목표물로 유도된다.
길이 6.5m, 무게 약 1.5t의 타이거 피시는 10년 전에 첫선을 보였는데 목표물에 가까워지면서 컴퓨터가 작동하기 시작해 자체유도장치에 의해 목표선박의 스크류 소리를 쫓아 정확하게 명중된다.
영국 헬리콥터가 아르헨티나 초 계정을 격침시킬 때 사용한 시스큐어 미사일은 신형 경 미사일로 레이다 유도장치가 부착되어 있어 발사 후 자체유도에 의해 목표물에 명중된다. 영국 함 재기인 링크스 헬리콥터에 장착된 이 미사일은 고속 초 계정과 같은 소형선박을 잡는데 위력을 발휘한다.
아르헨티나가 4일 영국구축함 셰필드 호를 공격하는데 사용한 엑조세(날치라는 뜻)미사일은 프랑스가 제작한 이제까지 한번도 실전에서 사용한 적이 없는 최 신예 미사일이다.
항공기나 함정에서 발사되는 길이 5.m2, 중량 0.7t. 사정거리 42km인 이 미사일은 바다수면 위 2∼3m의 저공으로 마하 0.9속도로 날아 목표물에 접근하기 때문에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바다고기 날치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미사일 역시 자체 레이다에 의해 유도되는 자동유도장치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자랑하는데 해전에서 전자시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또 이 미사일에는 고 폭탄 두가 머리부분에 부착되어 있어 선박에 명중되면 큰 폭발과 함께 화재를 일으켜 2∼3발이면 어떠한 함정도 활동이 마비된다.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 국영회사가 제작한 이 미사일은 현재 23개국 해군이 1천6백기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포클랜드해전이 시사해 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양상은 해군력이 강해도 우세한 공군력 앞엔 무력하다는 것이다.
현재 남대서양에 포진하고 있는 영국해군력은 2척의 항공모함을 포함, 약30척에 달해 아르헨티나에 비해 월등히 우세하다.
그러나 본토기지와 항공모함에 대기하고 있는 2백23대의 아르헨티나 전투기들은 영국함대에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다.
영 구축함 셰필드 호도 아르헨티나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5월25일호에서 발진한 쉬페르 에탕다르 전투기의 공격을 받았다.
이 전투기는 초음속 전투기로서 프랑스 다소사가 제작한 것인데 이제까지 60여대가 제작된 가운데 아르헨티나가 14대를 구입했다.
이 같은 전자시대를 구가하는 각종 미사일, 그리고 최신예 전투기들의 출현은 해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거포·거함이 주도하던 2차 대전까지의 해전시대는 이미 끝나고 이제는 항공모함, 그리고 전자장치의 미사일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해전은 원거리 레이다와 연결된 컴퓨터로 작동되는 미사일중앙지휘체재에 의해 치러진다. 군함들에 적재된 자동유도미사일들은 적함이나 적기가 나타나면 레이다 추적에 의해 끝까지 쫓아가 박살낼 수 있다.
또 레이다 신호에 즉각 대응하는 신속한 컴퓨터발사용 미사일방어체제는 상대방의 미사일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현대해군은 또 지상목표물을 강타하고 선박을 침몰시키거나 적기를 격추시키기 위한 열추적 및 레이다 자동유도미사일을 장착하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이 현대의 미사일유도체제, 그리고 전자장비 및 방어체재는 새로운 개념의 해전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함장이 브리지에 올라가 쌍안경을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던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다.
영국은 2차 대전 당시 한참 전투가 세계적으로 번져 치열했을 때인 지난 42년 말래카 해협에서 일본 전투기의 공습으로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 호와 리필스 호가 침몰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영국함대가 패배한 적이 없었다. 영국구축함 셰필드 호의 피 침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호의 침몰 이후 영국해군의 최대의 패배로 표현되고 있다.
사실 영국 해전 사를 보면 승리만 기록되어 있을 뿐 패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엘리자베드」1세 치하였던 1588년 영국함대는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스페인의 무적함대(Invincible Armada)를 영국해안에서 맞아 여지없이 깨뜨려 스페인전성시대의 막을 내리게 하고 대영제국 전성시대의 기틀을 마련하게 했다.
프랑스에서 「나폴레옹」전성기 이었던 18세기말에서 19세기초 영국에는「넬슨」제독이라는 영웅이 있었다.
영국은 네덜란드함대를 연이어 격파함으로써 전세계 제해권을 장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시작,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1798년「넬슨」제독은 이집트의 지중해 연안 아브키르 만에서「나폴레옹」함대를 맞아 승리를 거두었고 1805년에는 영국에 상륙하려던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트러펠거 바다에서 깨뜨려 전 유럽을 석권하려던「나폴레옹」의 꿈을 무산시켜 버렸다.
이번 포클랜드탈환작전에 참가한 한 영국장교가『이번 전쟁은 바로 컴퓨터전쟁』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현대해전의 성격을 잘 말해 준 것이다.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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