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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요금제는 내가 설계 … 단통법 두 달째, 알뜰족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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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승아(29)씨는 최근 궁리 끝에 스마트폰 요금제를 바꿨다. 최근 새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줄어든 보조금 때문에 새 폰 구입을 포기한 뒤였다. 때마침 통신료 청구서를 꼼꼼히 살펴본 박씨는 “불필요하게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단 생각이 들어 내게 맞는 요금제를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뒤져봤다”고 말했다.

 박씨는 3일 월 기본료 6만2000원인 요금제(LTE62)에서 4만2000원짜리 요금제(LTE42)로 낮췄다. 데이터 할당량이 5기가바이트(GB)에서 1.6GB로 크게 줄었지만 이를 해결할 보완상품을 찾았다. 지하철에서 무선인터넷을 데이터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부가요금제에 가입한 것. 월 9000원(부가세 제외)만 더 내면 지하철 내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장소 특화형’ 사이드 요금제다. 매일 두 시간을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박씨는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는 지하철에서 주로 LTE 데이터를 사용하던 터였다. 무엇보다 통신료가 매달 8000원 이상 저렴해지는 게 매력적이다. 2년 통신 약정할인 기준으로 5만2000원대에서 4만4000원대로 싸지는 것. 박씨는 “전에는 할당된 데이터 5GB 중 3GB만 쓰고도 요금을 다 냈다”며 “통신료는 적게 내고 데이터는 더 많이 쓸 수 있는 방법을 그동안 모르고 지낸 게 아쉽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시행 두 달째 접어들면서 이통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저가+TPO’ 요금제가 뜨고 있다. 고가 요금제 대신 경제적인 중저가 요금제에 가입하고, 시간·장소·상황(Time·Place·Occasion)에 따라 데이터 통화량을 추가하는 TPO 요금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월 9000원만 내면 야구·농구·골프·리그오브레전드(LoL) 관련 앱을 월 62GB까지 쓸 수 있는 T스포츠팩 가입자가 140%가량 증가했다. 지난 4월 출시된 출퇴근시간 특화 요금제나 지하철 요금제 등 다른 TPO 요금제도 최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전에는 단말기 보조금을 많이 주는 고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상품들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통법 시행 후 소비자가 내야 할 단말기 값 부담이 늘면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고가 요금제에서 실속형 중저가 요금제로 눈을 돌린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PO요금제는 개인마다 제각각인 데이터 소비 패턴을 반영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요금제에 보조금이 지급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통 3사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통신 가입자의 절반가량(48.8%)이 한 달 기본료 2만5000~4만5000원인 저가 요금제에 가입했다. 단통법 시행 전인 9월(29.4%)보다 19.4%포인트 정도 늘었다. 반면 8만5000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 가입자는 9.3%로 전달(30.6%)보다 크게 줄었다. 기존에는 단말기 보조금을 많이 받기 위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고가 요금제로 가입자 1인당 매출(ARPU)을 높이는 게 남는 장사”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중저가 요금제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부가상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TE 스마트폰 가입자가 34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용량 데이터통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도 TPO 요금제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동영상 전용 3GB와 모바일TV와 야구 앱을 9000원에 쓸 수 있는 비디오팩 요금제를 내놨고, KT도 월 5000원에 모바일TV로 6GB를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또 KT는 3일 할당된 데이터가 다 소진되면 추가로 리필해 쓸 수 있는 데이터쿠폰 5종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판매 중이고, LG유플러스도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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