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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무청·배추잎 삭혀 버섯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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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센터 등 전국에서 하루에 600여t씩 쏟아지는 무청.배추잎 등 채소 부산물을 가공하면 훌륭한 버섯 재배용 영양분(배지)이 됩니다. 쓰레기도 치우고 버섯도 키우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국농업전문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유진바이오팜 영농조합법인 이현구(52.사진) 대표는 "채소 부산물 재활용이야말로 환경과 버섯 농가를 같이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채소 부산물로 버섯 재배용 배지를 처음으로 개발.상용화했다. 국내 일부 버섯 농가에 시범 보급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기술을 수출하기로 하고, 중국 지방 정부 및 업체와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 대표는 발효기술로 채소 부산물을 청정 버섯 재배용 배지로 바꿔 놓았다. 배지를 만드는 데 기름 한 방울 쓰지 않을뿐더러 원료도 사 오기는커녕 되려 돈을 받고 가져온다. 기존 버섯재배용 배지를 만들려면 40평 기준 기름이 다섯 드럼 정도 들었다. 섭씨 70~80도로 온도를 높여 대장균이나 버섯에 해를 주는 병균 등을 살균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제대로 살균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배지 기술은 발효 때 기름을 땐 것보다 더 뜨거운 열이 나와 살균한다. 이때 잡균은 다 죽고, 버섯에 이로운 균만 배지에 남게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마치 농가의 두엄에서 한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과 같이 열이 나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하얼빈경제무역상담회'에 이 배지 기술을 출품했더니 중국 관리와 업체들이 달려들어 사겠다는 겁니다. 버섯 재배를 엄청나게 하고 있는 중국 버섯 농가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네 곳과 기술 수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그가 채소 부산물로 만든 배지는 현재 수입하고 있는 중국산 버섯 재배용 배지보다 훨씬 쌀 뿐더러 기름값 등이 추가로 들지 않아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한번만 기술을 배우면 계속 혼자서 배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대표는 "연구 개발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기술을 넘길 처지"라며 "국내에 기술을 사서 농가에 보급할 기관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버섯 농가는 1만여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대표는 발효와 버섯 전문가다. 채소 부산물 재활용 배지뿐 아니라 고기능성물질 함유 식물성 동충하초를 개발했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그 열을 농업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발효와 버섯 관련 농림부 연구과제를 두 건 수행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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