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등지의 상가빌딩 매매와 임대시장이 따로 논다. 정부의 주택.토지 투기 억제책으로 큰손(거액 자산가)들이 상가빌딩 시장으로 몰리면서 호가는 초강세다. 반면 임대시장은 한겨울이다. 경기 불황에 공급 과잉까지 겹쳐 임대료가 떨어지고 빈 가게도 속출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상가빌딩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처럼 사용가치(임대료)는 낮아지는데 교환가치(매매가)만 오르고 있어 거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상가빌딩, 호가는 오르는데 임대료 내려=서울 강남 테헤란로 부근 한 상가빌딩(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350평)의 매매 호가는 올 들어 20% 올랐다. 이 빌딩을 사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어나자 주인이 지난해 말만 해도 50억원에 내놓았던 매물을 60억원으로 올린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빠졌다. 이 빌딩의 전체 임대료는 보증금 2억원에 월 2300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보증금은 변동 없이 월세가 300만원 떨어졌다. 빌딩 주인은 "영업이 잘 되지 않는 3층 세입자의 임대료를 깎아준 데다 4층에서 공실(빈 사무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하계동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50평짜리 상가빌딩 역시 지난해 말보다 2억원 오른 40억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만 해도 이 건물 전체 세입자 보증금으로 7억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6억3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월세도 2300만원에서 2150만원으로 줄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건물 주인들이 세입자를 붙들기 위해 일정 기간 관리비를 받지 않거나 계약 기간 중 임대료를 낮춰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상가빌딩 매매.임대시장 괴리 현상은 임대수익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삼동 T공인 이모 사장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큰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5년 이상 묻어두겠다는 생각으로 상가빌딩을 사들인다. 매입 문의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시행된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상가의 건물분이 제외된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다. 강남구 S공인 관계자는 "일부 사설 펀드까지 상가빌딩을 사들이다 보니 품귀 현상을 보인다. 과잉 유동성이 낳은 이상현상 같다"고 말했다.
◆ 이런 점 조심해야=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본부장은 "이렇다 할 개발 호재가 없는 곳에서도 주인들이 상가빌딩 호가를 많이 올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자산관리회사인 글로벌 PMC 김용남 사장은 "상가빌딩 투자자들은 거래가의 30~40% 정도를 은행융자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가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토지투기지역에선 상가빌딩을 팔 땐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하므로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