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새벽 일찍 깨워 중3·고3 자습을 독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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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교부와 시·도교위의 입시위주교육 단속강화와 관련, 교원문책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일부 사립 중·고교에서는 이른바 「모닝·콜」작전(일명「부엉이」작전)이란 새로운 학습지도방법이 등장했다. 이는 고교와 대학입시를 앞둔 중3, 고3담임교사가 반학생들의 전화로 비상연락망을 편성, 매일 새벽 4∼5시쯤 성적이 가장 뒤지는 학생을 불러 깨우면 그 학생이 다음 학생에게 연락, 릴레이식으로 잠을 깨워 교과서에 예습·복습과 과제물을 풀도록 하는 학습지도법. 아직은 극히 일부 사립 중·고교가 실시하고 있지만 교내 보충수업이나 변칙적인 교과운영에 대한 단속강화로 나머지 중·고교도 이같은 지도방법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월초부티 「모닝·콜」지도법을 도입한 사립명문 A고교 3학년5반 담임 이모 교사(45)는 새벽 4시에 울리도록 맞춰둔 머리맡의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 준비된 전화의 다이얼을 돌려 1번과 31번 학생을 깨운다. 1번은 2번을, 2번은 3번을 차례로 전화로 불러 30번까지 릴레이식으로 깨우고 31번은 32번을, 32번은 33번을 차례로 불러 역시 60번까지 깨운다. 한 반 60명의 학생을 깨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30분.
학생들의 새벽공부는 4시30분∼5시에 시작된다.
월례고사 때는 시험공부를 하도록 하지만 보통 때는 전날 학교에서 내준 영어·수학·국어 등 주요과목의 숙제를 등교 전까지 2∼3시간동안 하도록 한다. 지리과목 담당인 이 교사는 매일 각 과목 담당교사와 협의, 미리 예습할 수 있는 숙제를 내주고 그 결과를 스스로 점검한다.
B여중(사립) 1학년2반 담임 김모 교사(38) 역시 같은 방법으로 새벽 4시면 학생들을 깨운다. 김 교사의 경우 1학년을 이처럼 일찍 깨워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은 교장이 매월 각 반의 성적을 비교, 공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학생들도 처음에는 전화만 받고 다시 자버리는 일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붙게됐고 전화를 걸기 전에 미리 일어나는 학생도 있게 됐다고 A고교 김모군(18)은 말했다.
교사들은 『교내에서의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이 변칙과외로 터부시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독려방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씨(45)는 『처음에는 시구들이 새벽잠을 설쳐 지나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아들과 함께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화됐고 아들도 새벽공부에 취미를 붙여 성적도 나아지고 있다』면서 『교내 과외가 금지된 상황에서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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