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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수능일에 꼭 필요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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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수능일(13일)이 코앞에 닥쳤다. 직장인의 출근시간이 조정되고 비행기도 수능 듣기 시험 시간을 피해 뜨고 내리는 날이다. 전 국민이 들썩이는 대입을 치르다 보니 방송과 미디어는 벌써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온갖 부담을 주는 내용으로 도배질이다.

 우선 도시락을 이러이러하게 싸야 한다고? 온갖 건강식으로 음료와 과일과 간식까지? 학부모들은 일생일대의 도시락을 싸야 할 듯한 의무감으로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한다. 하지만 동훈이는 이렇게 정성스럽게 싸 준 엄마의 도시락을 잘 먹고 외국어영역 듣기 문제에서 포만감에 졸고 말았다. 또 희연이는 평소에 잘 접한 적 없는 영양 가득한 도시락을 먹고 체해 수능 도중 의무실에 뛰어가는 바람에 재수했다.

 한 끼 안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 긴장하면 공복상태가 집중에 도움이 된다. 평소처럼 싸 줘서 아이가 부담감 안 느낄 정도가 좋지 않을까. 평소와 다른 부담스러운 도시락은 아이에게 압박이다.

 아침에는 아이가 힘들 테니 고사장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고? 병조 엄마는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한 뒤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4시 불당에 가서 2시간씩 치성을 드렸다. 수능날 아침 아이를 고사장에 데려다 줬는데 길이 막히는 바람에 아이는 허겁지겁 고사장에 뛰어 들어갔다. 아이는 1교시 국어 듣기 시험에서 집중력을 잃어 시험을 망치고 말았다. 고3 내내 국어는 100점을 놓쳐 본 적이 없는 아이였는데…. 아이와 엄마는 말을 잃었고 3일 동안 각자의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병조 엄마는 “내가 아이를 위해 3년 동안 어떻게 치성을 들였는데 이럴 수가 있어”라고 서운해했다. 하지만 고사장에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는 아이를 마지막 정성이라고 고집스레 태워다 준 건 엄마였다.

 수능 가채점 설명회에 쫓아다녀야 한다고? 수능 마치고 엉엉 울면서 찾아온 중수 엄마는 “가채점 설명회에 갔는데 우리 아이 표준점수가 부족하대요”라고 했다. 사실 수시에서 모두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능 등급이 필요하지 표준점수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수시 떨어진 다음에나 표준점수에 신경 쓰라고 말해 줬다. 중수는 수시에서 S대에 척 붙었다. 게다가 수능 가채점은 그저 가채점일 뿐이다. 정확한 게 아니다. 그러니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한다. 특정 업체의 가채점 결과만 믿고 지원했다가 결과적으로 땅을 치고 억울해하는 경우 자주 봤다.

 수능일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무장이다. 소위 메탈 멘털을 장착하고 평소처럼 아이를 격려해 주고, 꼭 안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