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안전처 신설, ‘안심국가’ 첫걸음일 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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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세월호 사태 199일 만에 최종 타결을 이끌어 냈다. ‘관피아’를 척결하기 위해 인사혁신처를 두고 교육·사회·문화정책을 총괄할 사회부총리도 신설했다. 협상 과정에서 무엇보다 논란이 됐던 재난총괄기구 ‘국민안전처’의 출범은 세월호 정부 대책의 시작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보여 준 해경의 무능과 안전행정부의 무사안일은 ‘부분 손질’로 넘길 수준은 아니었다. 국가재난시스템 재정비에는 모두가 동의했지만 컨트롤타워의 성격에는 정파와 부처의 입장이 달랐다. 크게 보면 대통령 위원회 또는 실, 중앙행정부처로 나뉘어져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5월 대국민 발표에서 ‘국가안전처’ 신설을 선언했다. 그 순간,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의 재정비는 불가피했다. 두 기관을 외청으로 남겨 둔다면 중앙행정부처 신설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앙행정부처 방식은 재난관리와 구조안전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조·경비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하지만 중앙부처의 방침이 일선 집행기관에 먹혀들지 않으면 현장 대응능력이 지금보다 더 내려앉을 수 있다. 두 기관의 직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국민안전처의 최대 과제는 장점을 더 살리고 부작용을 더 줄이는 일일 것이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소방안전본부에 인사·예산의 독자성, 해경에 해상수사권을 각각 주기로 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었다.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은 시간을 두고 개선하기로 합의한 것도 현실적 선택이었다.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서 소방·해경 공무원들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세월호 이전보다 더 나은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국민안전처 신설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그것만으로 저절로 안심국가가 되지 않는다. 고위 직급만 늘려 줬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재난대응체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