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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애기봉 문제에서 드러난 군 지휘체계 난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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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김포시의 애기봉 등탑(18m)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1971년 세워진 등탑은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왔다. 북한은 이 등탑을 대북 심리전 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주장해 왔고, 우리 군이 2010년 말 등탑을 밝히자 포격을 위협하기도 했다. 남북이 첨예한 대립을 보여 온 이 등탑이 지난달 중순 시설물 안전문제(D등급)로 철거됐다.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사격을 한 지 닷새 만이라 정부가 남북 관계를 염두에 두고 철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러나 철거작업은 관계부처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도 이 사실을 몰랐다. 국방부 장관은 언론 보도로 알게 됐고, 대통령은 나중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대북정책 변화로 해석될 수도 있는 조치가 관계부처 간 협의도 없이 취해진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철거작업은 당초엔 애기봉 관할 해병 2사단장의 독자적 결정으로 알려졌으나 해병 2사단 측은 지난해 말 국방부 실무진과 철거 문제를 논의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국방부 사전보고와 유권해석을 위해 협의를 했고, 국방부는 철거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휘-보고체계의 난맥상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를 받고도 이 사안을 챙기지 않았다. 해병 2사단장은 더 큰 문제다. 철거를 완료한 다음날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후보고를 했고,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지난해 말 보고했다고 해서 사전에 보고도 않고 독자적으로 철거를 해도 된단 말인가. 더구나 대북전단 문제로 남북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시점이 아니었던가. 사단장의 상황 인식과 흐트러진 군 지휘체계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애기봉 등탑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등탑 건립에 대해선 현재의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정치·군사적 함의가 큰 만큼 군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방부는 물론 통일부까지 포함된 관계부처 간 조율을 거쳐 합리적 결정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