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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효과 좋은 뇌졸중 새 예방약, 보험급여 기준 완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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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중풍’이라 불리는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뇌에 있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한다. 발병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거나 반신마비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뇌졸중 환자는 55만6640명으로 2007년 대비 11.4%p 증가했다. 뇌졸중 치료를 위한 의료비 부담도 크다. 2012년도 뇌졸중 전체 진료비는 1조 481억원으로 2007년도에 비하면 약 30% 가량 증가했다. 사망 및 합병증·장애 등으로 감당해야 하는 간접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예고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뇌졸중은 초기 대응이 관건이다. 뇌졸중의 치료는 크게 급성기·재활기·유지기의 3 단계로 나눈다. 뇌졸중 발병 직후인 급성기에는 증상이 나빠지거나 뇌졸중이 재발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잘 넘겨야 재활기·유지기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뇌졸중은 예방치료가 중요하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은 중증 뇌졸중을 일으킨다. 초기 사망 위험이 높고, 생존한 경우에도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발병했던 환자는 재발 위험도 크다. 뇌졸중은 재발하면 이전보다 증상이 심하고 회복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정부에서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을 통해 뇌졸중 치료와 예방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제도적인 환경이 제대로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뇌졸중 재발 위험이 큰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예방치료에 대한 새로운 항응고제 사용 규제다. 이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 피를 묽게 만드는 와파린이라는 약을 복용한다. 와파린은 지난 70년 동안 사용해온 대표적인 항응고제다.

와파린은 약효가 불안정하다. 같은 약을 먹어도 식습관·몸 상태·약 복용 습관에 따라 약효가 들쭉날쭉하다. 약효 조절이 제대로 안되면 뇌출혈 같은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와파린과 비타민 K는 상극이다. 비타민K가 풍부한 시금치·청국장·브로콜리 등을 먹으면 와파린 약효가 급격히 떨어진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혈액응고수치(INR)을 모니터링하면서 와파린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또 비타민 K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을 짜야 해 일상생활 불편이 크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와파린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항응고제가 개발됐다. 와파린보다 뇌졸중 예방효과가 좋으면서 음식 섭취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약효를 유지한다. 뇌출혈 부작용 위험성도 훨씬 적다.

하지만 새로운 뇌졸중 예방약으로 치료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보험급여 기준이 까다로워서다. 와파린으로 6개월 이상 치료 받으면서 약효 조절이 안 되거나 와파린에 대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만 새로운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효과적이면서 부작용 위험이 있는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는 셈이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규정으로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진정한 뇌졸중 치료의 보장성 강화가 시급하다.

대한뇌졸중학회 구자성 보험이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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