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인트 레슨] 강남 아파트값 거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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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강남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의 상승률 차이가 34배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2년 이후 올 6월까지의 강남 아파트 매매가는 54.6% 올랐다. 그러나 전셋값 상승률은 1.6%로 제자리걸음 수준이어서 매매가격의 거품이 심하다는 것이다. 강남에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임대를 놓았을 때의 수익률은 연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이므로 임대 가치를 아파트값과 비교해 보면 거품이라고 할 만도 하다.

그러나 시장 가격은 현재 실수요나 공급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물건이 향후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선점하려는 가수요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가격도 이런 가수요 내지 기대수요에 의해 얼마든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따라서 현재의 임대가치는 낮아도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나 소형평형 의무 비율 적용 등으로 강남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해진다는 예상이 나오면 새로운 수요가 촉발될 것이다. 특히 소득 차별화 등을 통해 중대형 평수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되면 가수요도 자연히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의 정부 정책을 보면 가수요자를 응징한다며 오히려 가수요를 촉발시키고 거품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재건축 규제와 세금 강화 등을 통한 주택 공급 억제책이 가수요자에게 가격 상승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낳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 아파트 거래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극도로 줄어든 매물을 놓고 집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다. 매도자.매수자 간의 협상 균형은 이미 깨진 상태다. 이런 폭등 장세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공정한 심판으로 남아 있어야 할 정부가 시장에 경기자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가격은 언제든지 오르내림이 가능하다. 지금 강남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해서 언제까지 계속되지는 않는다. 강남 아파트값이 어느 시점에서 빠질 거품인지는 시간이 더 지나 봐야 알겠지만 공공부문의 과도한 개입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시장에 대한 예측력보다 정책에 대한 정보력을 가진 사람이 돈 버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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