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산부인과 질환-태아의 인격(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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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갓 결혼한 젊은 부부가 병원을 찾아왔다. 임신이 되는 배란기에 결혼, 이미 임신이 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피임제 등 약물을 써왔기 때문에 태아 발생 과정에서 잘못되어 선천성 이상이 있는 아이를 낳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찾은 것이다. 만일 잘못되었으면 유산시켜 달라는 것이다.
이 경우 태아의 발생 과정은 단순한 기형에 대한 관심뿐 아니고 임신시기에 따른 태아의 법률적인 해석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인간 발생이란 난자와 정자가 접하는 수정의 순간부터 일어난다.
정상적인 경우 이러한 시작은 여성의 나팔관 팽대부에서 일어나지만 조건만 갖춰지면 시험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수억이나 되는 점자가 자궁경관을 통과하여 자궁 내강을 헤엄쳐 나팔관 팽대부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난자의 난자막 속으로 단 한개만의 정자가 들어가면서 수정은 시작되는 것이다. 수정된 난자는 안으로 세포분열을 시작하면서 자궁강내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복잡한 신체구조를 형성해 가게 된다.
임신 3주째에는 심장이 생기기 시작하고 두뇌 조직도 형성된다. 4주째에는 팔과 다리, 8주째에는 신체의 모든 기관이 제자리에 위치한 완전한「축소인간」인 태아가 형성된다. 그러나 뇌의 기능이 가동하는 것은 12주째부터다.
이러한 인간의 발생 과정을 놓고 어느때부터 인격적인 생명체로 간주하느냐 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지타운대학 생명윤리학연구소의「매코맥」박사는 수정된지 6일되는 배아때부터 인간 생명체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시기의 태아는 모체와 분리되어 홀로 살아갈 능력이 없기 때문에 독립된 생명체로 인정할 수 없고 또 모체가 자신의 권리면에서 태아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법원은 1973년 태아가 자궁 밖에서 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4주에서 28주부터 법의보호를 받는 생명체로 인정하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의학의 발달로 보아 태아의 자궁밖 생존 능력을 어느 시기에 묶는다는 것은 절대적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임신 8주일이면 모든 신체기관이 형성되므로 시험관 등에서라도 태아가 자랄 수 있다면 법의 보호를 이 때부터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주장인 것이다.
죽음의 정의 규정이 뇌 활동의 정지된 때부터라면 태아의 뇌 활동이 시작되는 12주를 생명체의 시작으로 해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체의 건강과 권리·행복 등을 압도할 수 있는 태아의 완전한 가치와 권리는 언제부터로 할 것인가는 의학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윤리 도덕적인 면을 감안한 법률적인 문제로 새삼스러운 관심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태아의 법적 지위가 어쨌든, 수정된 방법이 어떤 것이었든 인간의 생명체는 수정된 때로부터 존중되어야 할 것만 같다.

<김승조 박사 약력>
▲카톨릭의대·대학원졸
▲미 존즈홉킨즈대·록펠러대연구원
▲스웨덴 웁살라대 방문교수
▲현 가톨릭의대 주임교수 겸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장·대한산부인과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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