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리스트」특별 연주 백건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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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지난 14일부터 파리의 라빌라크극장에서, 「프란츠·리스트」특별연주회를 갖고있다. 프랑스 국영방송인 프랑스 퀼튀르 주관으로 오는 5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 총6회에 걸쳐 계속될 이 마라톤 연주회는「리스트」의 인간과 예술을 재조명하는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연주 시간만도 연 13시간. 연주곡들은 모두 백씨가 선정한 것들로 복잡하고 다양한「리스트」의 작품을 그 성격과 시대 등에 따라 분류, 6부로 나누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지난 14일의 제1부 연주에서는『소나타 마제파』 등 피아니스트로서 테크닉 한 면을 깊이 파고들려 했던 실천적 작품들과 음악을 무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려 했던 작곡가가 타계 직전에 섰던 곡들이 백씨의 차분한 손길로 재현되었다.
제2부(21일)는『장송곡』『신의 찬미』 등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작곡가의 종교적 내면을 표현한 작품들. 제3부(28일)는『「바하」의 주제에 의한 연주곡』『발라드 제2번』 등 「바하」를 존경했던 「리스트」가 오르간 곡을 피아노 곡으로 옮긴 것들이다.
5월5일 연주예정인 제4부는『단테 소나타』 등 작곡가가 이탈리아지방을 여행하면서 체험했던 사랑과 예술작품들에서 얻은 영감에 의해 쓴 곡들로 꾸며져 있다.
제5부(5월12일)는『나는 집시와 같다』고 고백했던「리스트」의 심정을 말해주는 헝가리와 동구의 집시음악인『헝가리언 래프소디1번』 등을 연주한다.
마지막 연주가 될 26일의 제6부는 영혼·죽음·추억 등에 대한 애착을 노래한 곡들로 『탄호이저서곡』『이졸테의 죽음』등「바그너」「베르디」의 오페라 곡을 피아노 곡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1년 전부터「리스트」에 심취해온 백씨는 약l년 전부터 이번 연주회를 준비했는데 프로그램을 짜는데 만도 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작품의 성격 파악과 해석은 물론 연주 소요시간, 작품의 시대와 분위기별 분류 등에 걸린 시간 때문이다.
피아노 곡을 작곡한 작곡가중「리스트」만한 사람이 없다고 믿는다는 백씨는「리스트」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번 연주회를 구상하게 되었고 또 그것은 그의 널리 알려진 곡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대작을 망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리스트」의 참모습을 재발견했다는 백씨는 한 작곡가의 작품만을 약 한달 반 동안 계속 연주하는 것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심한 고통을 수반하나 새로운 경험으로 크게 보람을 느끼고있다고 말한다.
그자신도『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새로운 도약전의 자기 청산』이라고 밝힌다. 이 연주회시리즈는 오는 6월2일∼7월7일 프랑스 퀼튀르 전파를 타고 프랑스 전역에 방송된다.【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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