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자신감 '으쓱'…실력은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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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못해요.""안 할래요." "내겐 너무 어려워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주로 이런 말을 한다. 공부에 자신감과 흥미를 잃은 것이다.

이러한 학습부진아들에게는 무작정 '공부하라'고 해서는 효과가 없다.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가르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교사와 부모의 많은 관심과 격려도 필수다. 특별보충과정을 통해 학습부진아를 성공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서울 연은초등학교와 증산중학교의 사례를 통해 지도 방법을 알아봤다.

◆초등, 쉬운 문제로 자신감 쑥쑥= "보윤이는 다 맞았어. 날로 발전하는구나. 통과! 성희는 하나 틀렸네. 잘했어요. 지원이는 70점이야. 참 잘했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은초등학교 3학년 4반 교실. 노화주 교사가 운영하는 방과후 특별보충과정 시간에는 '잘했다'는 칭찬이 넘친다.

참가한 세 학생은 3월 초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 수학이 35점이었던 학습부진아들이다. 두.세자리 덧셈, 뺄셈을 잘 못하는 등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보충과정에선 거의 늘 70점 이상 받는다. 일부러 쉬운 문제만 내주기 때문이다.

노 교사는 "자신감이 없는 게 학습부진아의 특징"이라며 "쉬운 문제를 풀어서 70점을 넘으면 '통과'라고 크게 써주니까 아이들이 만족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보윤이(9.가명)는 학기 초 수학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보충과정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자 수학을 재밌어했다. 성적도 부쩍 올라 지난달 성취도 평가에서는 무려 95점이나 받았다. 보윤이는 "처음엔 수학을 잘 못했는데 지금은 잘 하게 됐다"며 "이제 수학에 자신이 있고 발표도 잘 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우수학생이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3학년 1반에서는 3명의 학습부진아가 공부 잘하는 친구와 각각 짝을 지어 수학과외를 받고 있었다.

이 반 엄순용 교사는 "또래 학생이 자신이 이해한 방법대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더 이해를 잘 한다"고 설명했다. 학습부진아 중에는 국어와 수학이 모두 부진한 경우가 많다. 독해력이 달리면 수학도 더디기 때문이다.

▶ 학습부진 학생들이 방과 후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김준기 인턴기자

성희(9.가명)는 학기 초 진단평가에서 국어가 20점이었다. 글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맞춤법도 많이 틀렸다. 노 교사는 성희에게 읽기책을 여러번 읽어 거의 외우다시피 하도록 했다. 또 글자가 적은 동화책을 골라 끝까지 읽게 했다. 교과서 중 한쪽을 공책에 옮겨 쓰는 '전문쓰기'도 했다. 맞춤법과 함께 문장부호와 띄어쓰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성희는 지난 국어 성취도 평가에서 50점을 받았다. 학습부진아의 기준인 60점을 넘지는 못했지만 많이 향상됐다. 노 교사는 "독서능력을 키우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어는 수학보다 쉽게 성적이 안 오른다"며 "집에서 책을 읽고 부모가 한번만이라도 봐주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학 수학, 개념 위주 반복 학습=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수학이 '가'였던 심영보(16.증산중 졸업, 은평웹미디어고 1년)군. 3학년 1학기 성적은 45점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학이 어렵게 느껴져서 포기했어요. 수업시간에는 잤고, 따로 공부하려고도 하지 않았죠."

심군이 수학공부를 시작한 건 중3 여름방학 때 특별보충과정을 들으면서다. 쉬운 수업내용이 수준에 꼭 맞았다. 이미 배운 것을 또 들으니까 이해도 잘 됐다. 이때부터 집에서 혼자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2학기부터 매 단원 보충과정이 운영되자 한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들었다. 나중엔 성적이 기준(59점 이하)보다 높아 보충과정 대상이 아닌데도 스스로 찾아갔다.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85점. 전교 등수도 150등가량 뛰었다. 증산중 이혜련 수학연구부장은 심군이 성공한 것은 단원별 특별보충과정 덕분이라고 말한다. 보충과정 교재는 수업과 똑같은 교과서다. 대신 기본개념에 시간을 더 들여 반복적으로 설명해준다. 수업에 흥미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 자료나 구체물을 사용한다. 어려운 증명은 생략한다. 천천히, 쉽게 가르치는 게 핵심이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은 문제가 길면 골치아파하고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다. 이 땐 짧고 간단한 문제로 수학의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한경연 교감은 "매일 2시간 이상 문제를 풀어서 계산 능력을 높이고 문장과 사고를 정리하는 훈련을 할 것"을 조언한다. 그는 또 "수학은 배워야 할 핵심 지식의 양이 다른 과목에 비해 적다"고 말한다. 지식의 양이 많은 게 아니라 이해가 안될 뿐이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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