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종교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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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종교인구가 전 인구의 77·7%인 2천9백77만명, 당국에 공식 등록된 종교법인 및 단체만도 2백7개.』
이는 문공부당국이 집계한 82년1월l일 현재의「한국종교단체 현황」통계다.
이같은 통계라면 한국은 과연 세계적인 종교국가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 통계는 각 종교단체들로부터 임의적인 교세현황을 제출 받아 집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신빙성에 다소의 문제가 없진 않지만….
『한국은 종교백화점이다』-. 국내의 종교학자들이 한국의 종교현실을 설명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이 같은 표현은 한국의 각 종교 교세가 세계적인 경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해마다 급신장하고 있다는 점과 수용된 종교의 가지 수가 아주 다양하다는데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물론 이 말속에는 종파나 구파의 난립상을 보이고있는 불교와 기독교의 「분파작용」을 꼬집은 의미도 없지는 않다.
어쨌든 한국의 종교현실은 이제 적어도 외형상으론 국민다수의 일상생활에 직접 간접의 영향을 주는 중요 사회현상으로 부상돼있다.
물질문명의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현대에 가장 절실한 문제중의 하나는 「인간상실」이다. 그래서 이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종교에의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크다.
종교가 사회제도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하는 목적이 바로 인간을 현세적 고뇌로부터 위안하고 구원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상구보제 하화중생』의 불교교리나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기독교의 교리는 물론 모든 종교가 표방하는 사회적 사명은 이러한 인간구원에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이적인 종교성장은 70년대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밀접한 함수관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의 향유와 물질적 풍요의 뒤따른 정신의 갈등과 공허를 메우려는 갈망이 종교에의 귀의를 채찍한 중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귀의」를 받아들이고 있는 오늘의 한국종교현실은 인간구원의 긍정적 측면과 종교자체의 타락상을 드러내 보이는 갖가지 부정적 요소들이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종교가 70년대에 이룩한 양적 팽창은 아주 놀랍다. 기독교의 경우 75년4월1일 현재 4백만명이던 신자수는 82년1월1일 현재 7백64만명으로 늘어났다. 불과 7년만에 2배에 가까운 신자가 증가한 것이다.
천주교는 같은 기간에 l백만명에서 1백44만명으로 50%가까운 신자수의 증가를 보였다.
이 기간중의 전체 종교인구는 2천5백만명에서 2천9백77만명이 됐다.
불교는 모든 종교가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오히려 신도수가 감소되는 역현상을 보여 l천2백만명(75년)에서 1천1백만명(82년)으로 줄어들었다. 불교의 교세감소는 전근대적인 포교방식과 갖가지 비리노출에 따른 이미지의 추락 등이 그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있다.
중요 사회현상의 하나로 부상된 한국종교의 현실은 양적 팽창에 뒤따른 갖가지 부작용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채 뜻있는 식자들의 빈축의 대상이기도하다.
분쟁사로 얼룩진 불교의 현주소, 하나님의 분신인 교회까지를 스스럼없이 부동산으로 매매하는 일부 기독교의 종교기업화, 꼬리를 무는 성직자들의 비행 등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린 종교계 현실-.
물론 사회 한구석에서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헌신하는 갸륵한 성직자와 사회부조리를 종교적 양심으로 바로 잡겠다는 성직의 의지를 불태우는 종교의 광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선교2백주년 및 1백주년을 각각 앞둔 천주교와 기독교(개신교)의 뜨거운 자성과 불교계 혁신제창 등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비단길을 미끄러져 가는 듯한 유창한 절교와 법문의 뒤에 깔린 한국종교 현실이 안고있는 문제들은 과연 어떤 것인가.
많은 사람들의 급격한 신앙에의 갈망이 촉발한 종교수요는 갖가지 사이비 종교들의 혹세무민까지를 유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는 한국종교의 현실은 명암이 엇갈리는 오늘의 중요 사회현상임에 틀림없다.
모든 종교의 본질이 비록 내세적이고 구령적이라 하더라도 성직자·교당이 사회안에 실재하고 현실속의 신앙생활을 활동의 주 대상으로 삼는 한 종교의 존재 양식은 현세의 한가운데서 생동할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이 연재는 한국종교들의 현실적 실상과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조명하며, 바람직한 개선방향 등을 제시해 보고자한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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