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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릴 듯 풀릴 듯 안풀리는 세계경기|미 고금리가 발목 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저성장·저물가 시대를 맞았다.
『여름까지도 국내경기가 회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리건」미 재무장관의 최근 의회답변 내용이다.
「빈곤한 유럽」은 높은 실업률에 한숨짓고 있다. 프랑스 등 4개국의 평균실업률은 현재 8·6%에서 하반기에는 9%선을 넘어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일본에도 이미 수출비상이 걸렸다. 지난1월부터 연속 석달 동안 수출신용장 내도액이 작년 같은 때보다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기실속을 막기 위한 부양책 마련에 부산하다.
세계의 경기는 아무래도 미국금리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너무 오랫동안.
세금은 적게 들어온데다 국방비 지출은 도리어 늘어나 작년의 미국 재정적자는 5백80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에다 미 정부와 공공기관이 자금 시장에서 빈 돈만 무려 1천3백50억달러.
달러 쓰임새가 늘어나 금리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이 세계 경기침체를 가속시키고 있다.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작년의 약2배인 1천90억달러(미의회예산실 예측)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의 금리 16·5%도 큰 폭으로 덜어질 것 같지 않다는 예측이다. 미국의 올해 통화증가율은 작년의 10·3%보다 훨씬 낮은 6∼9%수준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아 자금줄도 더욱 죄어질 것이다.
미 금리가 높아 투자도 주저앉고 소비도 가라앉았다.
강세로 행여 주택경기가 살아날까 했지만 아직도 최악의 상태에 있다.
올해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도 작년 4·4분기에 이어 마이너스 4%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들어가서야 약간 회복되어 올해 평균성장률은 마이너스 1%가 될 것이라는 것.
미국의 고금리 때문에 유럽 여러 나라의 경기도 여전히 몸살 앓고 있다. 오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선진국 정상회담에서 각국 대표들이「레이건」정책을 맹공격할 태세다.
프랑스나 서독·영국·이탈리아 등 4개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은 1.2%를 유지, 하반기부터는 점차 회복세를 보여 내년에는 3%의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4개국의 수입량도 작년 동기에 비해 1·4분기 5·7% 증가에서 2·4분기에는 6·8%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나라들은 미국의 고금리에 맞서 통화긴축을 실시하고 임금인상 자제, 생산성향상, 원유 및 원자재가격의 안정에 힘입어 올해 소비자물가 수준은 작년보다 더 떨어질 듯하다.
침울한 세계 경기속에서도 무역흑자로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3·8%. 당초 정부가 내놓았던 5·2%보다 1·4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올해 수출증가율을 7%선으로 보고 있는 일본정책당국자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전문기관들은 올 상반기의 수출이 작년 같은 때보다 1·1% 증가에 머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들어 3월까지 수출신용장 내도액이 급격히 줄어들어 작년동기 액수에도 미달했다. 이제 수출부진을 내수확대로 메우는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수출경쟁국인 동남아 여러 나라의 대부분은 작년에 성장뿐만 아니라 물가안정 면에서도 우리보다 월등히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대만·홍콩·싱가포르의 수출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대만의 경우 올 들어 2월까지 수출실적은 32억달러로 작년 한해 증가율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 5·8%(작년동기대비)에 그쳤다.
홍콩의 수출감소 현상은 더욱 심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올 들어 2월까지 수출실적은 작년보다 4·6% 적은 31억달러.
미국의 제정적자폭이 줄어들고 통화긴축이 조금씩 풀려 고금리현상이 둔화된다 하더라도80년대 세계 경제성장은 70년대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데 각국 연구기관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풍성하던 시대는 갔다.<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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