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코치 최윤정씨 "문자메시지 잘 활용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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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정씨.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잘 활용하면 서로간에 탐색기간을 줄이고 연애 궤도에 부드럽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데이트 코치 최윤정(42.사진)씨가 '사랑' 문제로 고민하는 신세대들에게 주는 조언이다.

데이트 코치는 생소한 개념의 신종직업으로, 전화를 통해 연애.결혼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지난 6월 시작한 이 서비스는 현재 20여명의 데이트코치가 전화상담에 응하고 있으며, 상담건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최 씨는 지난 1998년부터 6년간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데이트코치로 선발됐다.

전직 교사, 간호사, 복지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30대 후반 이상의 여성들이 이번에 데이트코치로 뽑혔지만, 커플매니저 출신은 최 씨가 유일하다.

"커플매니저로 일하면서 많은 청춘남녀의 결혼을 성사시켰는데, 또다시 이런 기회를 갖게 되다니 '천직'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런 최 씨를 '미세스 히치'라고 부른다.

윌 스미스가 연애상담사로 열연한 영화 '미스터 히치'에 빗대 '미세스 히치'란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최씨는 문자메시지 예찬론자다. 막 사귀기 시작할 때 서로간의 서먹함을 없애주고 자연스럽게 연애 '소프트랜딩'을 이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연애 초기 탐색기간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단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기준을 둬야 한다. 하루에 두 번 정도, 부담없는 일상적인 안부가 적당하다고 최씨는 주장한다.

"조급한 마음에 문자를 마구마구 날리면 여자는 문자에 치여 도망가 버립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일상적인 안부를 묻는 수준의 메시지가 적당합니다. 감정을 담는 메시지는 절대 금물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최씨가 느낀 남녀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심리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남자는 주변 상황을 보지 않고 연애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여자는 주변 상황을 모두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연애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심리구조의 차이를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면 이뤄질 수 있는 커플도 쉽게 깨진다고 최씨는 지적했다.

" 남자는 여자가 맘에 들면 덥썩 채갈 듯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데, 이럴 경우 여자는 남자가 마음에 들더라도 도망갑니다. 연애초기부터 여자를 존중 배려해주고 사소한 말 한마디로도 감동을 주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습니다. 또 말하기 좋아하는 여자의 속성을 이해해 얘기를 많이 들어주세요."

처음부터 여자에게 조급한 마음으로 다가가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자가 마음을 열 때까지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가 처음부터 자신을 좋아해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요즘에는 '남자가 첫 만남부터 성관계를 요구하고 있어 곤란하다'는 20대 여성들의 고민상담도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이에 대한 최씨의 답변은 이렇다.

"첫 만남부터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자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닙니다. 남자의 성적인 특성 때문에 정말로 매력을 느껴서 그런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본인의 판단으로 아니라고 생각되면 'NO'라고 단호히 말해야 합니다. 이런 의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는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첫 만남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귀면서 남자가 성관계를 요구할 때도 거부하면 남자가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성관계에 무조건 응하기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최씨는 조언했다.

"남자의 성적인 요구에 대해 끌려다니지 말고, 아니다 싶을 때는 싫다고 말하세요. 남자들은 말을 안하면 여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성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간의 문제는 대화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으면 더욱 곪습니다."

최씨는 연애문제에 대해 정답은 없다고 단언한다. 인생에도 정답은 없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코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 스스로 해답을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전화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회가 복잡다기해지면서 연애.결혼과 관련된 고민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좀더 오래 살아온 경험자의 입장에서 충고를 하는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구세대'의 교훈을 전달해주면 '신세대'의 오류가 더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입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기혼자들의 외도에 대해서도 최씨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번은 '대화의 날' '데이트의 날'로 정해 그날 만큼은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혼생활 16년째인 본인이 남편(회사원), 딸 둘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이유도 '대화의 힘'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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