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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부동산 사기 피해액 '수백억대' 될 듯

중앙일보

입력

한국 정계인사들의 대만에서 부동산 사기를 당한 사건과 관련 국내 모 벤처업체 대표 등 여러 명이 수백억원을 투자했다 날렸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벤처업체와 피해자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어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무인민원증명 발급기 업체인 지한정보통신 관계자는 4일 이 회사 이성호 대표가 국내의 대표적 대만통으로 알려진 강명상 전 경남대 교수(2003년 사망)의 권유로 총 1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전액 사기 당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00년 3월 지인을 통해 강 교수를 알게 됐으며 강 교수가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등 대만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나를 통해 투자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해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강 교수의 말 하나만 믿고 거액을 투자한 배경과 관련 "그해 6월 당시 대만 입법위원 린펑시(林豊喜) 의원과 의원 비서 펑(馮)모, 천(陳)모씨 등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난 뒤 (이 대표가)강 교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만 현지 국회의원이 한국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건설업 면허 구입 등과 관련해 직접 사업설명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바이오 미생물 배양회사인 지한청강주식회사를 대만정부와 공동 설립하자는 강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투자금 미화 66만9000천달러를 보냈고 천 총통 자서전 출판에 필요한 비용 명목으로 7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만 총통선거 당시 천 총통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5000만원을 추가로 보내는 등 2000년 한 해 동안 100억원 가까운 돈을 강 교수에게 투자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 대표 측은 그러나 확인결과 강 교수가 말한 각종 사업이 아무런 실적이 없었고, 강 교수에게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2003년초 강 교수 등을 대만 검찰청에 고소하게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피해자들이 강 교수를 고소하려던 당시 강 교수가 모 국회의원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니 연락하라고 해당의원에 연락해보니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국회의원 연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외에도 코스닥 상장사인 N사에게서도 약 70억원 정도를 투자받았으며, 유통업체인 S사도 50억원 가량을 강 교수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당초 대만 언론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 정치인이 투자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 공소권은 어디에 = 이 사건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사건 핵심 관계자인 강명상 전 경남대 교수를 사기 혐의로 우리나라 검찰에 고소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당시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신모씨는 2003년 5월7일 강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당시 서울지검)에 고소해 사건이 조사부에 배당됐으나 9일 뒤인 5월16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강씨가 2003년 2월17일 병환으로 대만에서 사망했기에 사건 접수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대만 집권 민진당의 전 입법위원인 린 모씨와 함께 푸여우(福佑)건설회사를 설립한 뒤 대만 고속철도 건설에 투자하라며 한국인 투자자들을 모집, 대만측에 소개했던 사람이다.

신씨 등 피해자 6명은 강 교수가 2003년 2월 대만에서 사망하자 같은 달 21일 유족들이 상속받은 강남지역 아파트와 토지 등을 채권액으로 가압류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강 교수 부인 A씨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앞으로 아무런 이야기도 안할 거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 한명으로 알려진 B씨는 "나는 대만과 아무 관계가 없는데 그 때(2003년 국회의원 재직시절) 대만 다녀오고 기업인들 초청하고 그런 것 때문에 자꾸 피해자라는 소문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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