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신뢰 잃은 금리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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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부 기자

"부동산 가격은 당분간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국의 집값과 땅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 중 하나로 장기간 지속되는 저금리 정책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남긴 의사록을 꼼꼼히 살펴봤다. 금통위가 저금리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일부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에 이어 당시 콜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논리와 근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의사록에는 빗나간 예측과 분석이 수두룩했다.

"내외금리차 축소 또는 역전에 따른 해외로의 자본유출, 부동산 가격의 상승 유발, 저금리로 인한 제도금융권의 자금이탈 등의 문제가 현재로서는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미국의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상으로 이미 시장금리는 한.미 간 역전이 현실화됐고 부동산시장도 지난 2월부터 폭등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물가상승 압력을 다소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 역시 최근 환율 급등으로 빗나가고 있다.

금리정책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그래서 금리를 조정할 때는 눈앞의 상황보다는 6개월~1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더구나 금리를 한번 내리기는 쉽지만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다.

물론 조심스러운 견해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실질 장기시장금리의 마이너스 상태 지속으로 금융자본의 (부동산 등) 실물자본으로의 이동 등과 같은 금융시장의 왜곡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금리인하의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에 대한 부양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금리 인상은 절대 없다"고 단언하자 금통위는 '금리정책의 최고 의결기구'라는 위상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은은 "금리정책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예측 능력을 키우고 시장에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금리정책을 제대로 펴는 일이 우선이다.

김동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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