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문화의 후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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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서도 자동차가 「사회적지위의 상징」에서 점점 생활필수품의 하나로 자리를 굳혀간다. 그것은 자동차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것 하나를 보아도 알수 있다.
64년에 우리의 자동차댓수가 3만7천대에 불과하던것이 지금은 60만대가 넘는다. 현재 자동차생산능력은 연간 35만대인데 5차5개년계획이 끝나는 86년에 이르면 그숫자가 거의 배에 가까운 60만대로 껑충 뛴다.
이렇게해서 한국에도 「자동차문화」라는것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학생이 자가용을 끌고 학교를 다니고 고급관리들이 스스로 차를 몰고 출근하고, 아파트촌의 주부들이 마이카로 나들이를 하며 교외에는 자가용족들을 고객으로하는 옴식점들이 점점 늘고 있는것도 이 「자동차 문화」의 한모습이다.
그러나 전국자동차노조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준비없이 자동차홍수를 맞고 있는가를 알수가 있다.
한국에서 자동차사고로 죽는 사람의수가 미국, 일본같은 나라의 몇십배라는 통계다.
자동차 1만대를 기존으로 사망자수가 미국 3.4명, 일본 2.2명인데 한국은 그 46배인 101.5명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끔찍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자동차노조의 조사를 들여다보면 한국을 이런 「사고왕국」으로 만든 원인도 분명하다. 운전하는 사람들의 과로와 부주의다. 사고의 직접원인이 운전사 잘못 93.8, 피해자 잘못 6.1, 정비불량 0.1%라는 숫자가 이것을 증명한다.
특히 영업용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과로는 심각한 문제다.
그들은 하루평균 17시간36분, 한달평균 3백6시간을 일한다니 그들에게 무사고운전을 바라는 것부터가 무리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이 한달평균으로 2백25·6시간인것과 비교하면 교통사고가 많은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택시의 경우 입금제가 운전사들로 하여금 과로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회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회사택시를 모는 사람들은 하루 6만원이상(연료비포함)을 입금시켜야 한다. 그이상올리는 수입과, 일당이라는 이름으로 「6만원이상」속에 들어있는 1만2천6백50원이 운전사의 하루 벌이가 된다.
그러나 자동차노조나 운전사들의 말로는 통행금지가 해제된 뒤로는 특히 승객이 줄어들어 입금액을 제한뒤의 수입은 고사하고 일당의 일부를 잘리기가 일쑤라고 한다.
결국 최선의 해결책은 월급제의 실시다. 운전사들이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목숨을 건 운전을 할 필요가 없도록 제도가 고쳐지면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제거되는 것이다.
그러나 운전사들에게 쏠리는 사회의 동정은 운전부주의때문에 크게 감소된다는 점을 운전사들은 명심해야한다. 앞에 지적한 구조적인 모순을 감안하고도 운전사들이 주의하여 사고를 줄일 여지는 많은 것이다.
자동차는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지만 잘못 다루면 흉기가 되는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계를 다루는 일에 익숙하지도 않으면서 기계를 무서워할줄도 모른다. 음주운전이 많은것은 기계 무서워할줄 모른다는 증거다.
80년대후반부터 자동차댓수가 지금의 몇배로 늘어나기전에 우리자신이 손색없는 공작인(Homo faber)이 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도로개선, 국민계몽등 교통사고 방지에 1조엔을 쓰고 서독이 텔리비전을 통해 폴크스바겐의 안전운전교육을 장기간 실시한 사레에서 우리는 느끼는바가 있어야 한다.
자동차를 모는 동안은 사고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텔리비전이 「바보상자」라면 자동차는 「바보 바퀴」(Idiot wheel)라고 부를만하다. 유럽 일부에서 「탈 자동차」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그때문이다.
우리가 자동차의 정체를 알고 구조를 정확히 알아서 자동차를 바로 다루는 자세를 익히면서 운전사들을 과로하게 만들고 주의를 게을리하게 만드는 제도들을 고치는 일을 서두르지 않으면 「바보 바퀴」밑에 깔려버리고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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