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8년 만에 … 사용 승인 앞둔 경주 방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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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공사가 끝난 뒤 사용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경주시 방폐장의 동굴 처분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24일 오후 2시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동굴 처분시설(방폐장) 앞.

 버스에 탄 시찰단의 신원이 확인되자 관리직원이 동굴의 문을 열었다. 왼쪽 운영동굴이다. 입구의 높이는 해수면에서 30m. 쓰나미가 덮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높이는 14m였다. 안내를 맡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김용식 홍보실장은 “이 정도 높이면 방폐장이 쓰나미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스가 천장 높이 7m의 경사진 지하 동굴을 천천히 내려갔다. 1.4㎞쯤 가자 십자 교차로 같은 널찍한 하역장이 나타났다. 여기서 좌우로 하나씩 방폐물을 적치하는 공간인 사일로가 바닥 아래에 만들어져 있다. 동굴은 가장 깊은 곳이 지하 130m. 사일로 위에는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방폐물 10만 드럼을 적치할 수 있는 1단계 동굴 처분시설이다.

 이날 시찰단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17명이었다. 국정감사의 현장시찰이다. 사일로 앞에서 원자력환경공단 이종인 이사장이 “1단계 공사는 이미 마쳤다”고 보고했다.

 시작부터 말도 많았고 공기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경주 방폐장이 마침내 공사를 마쳤다. 착공한 지 8년 만이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이제 사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울진원전 등지에서 반입된 방폐물 5300드럼은 지상 인수저장건물에 임시 보관돼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방폐장의 안전검사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 중이다. 이의가 없으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사용을 승인한다.

 방폐장 사용을 앞두고 관심은 크게 두 가지에 쏠린다. 하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과연 안전한지 여부다. 콘크리트는 등장한 지 100년 정도 됐다. 적치되는 중·저준위 방폐물은 300년이 지나야 모두 안전해진다. 원자력환경공단은 1400년을 견디는 강도로 건설했다. KINS는 검사 결과 콘크리트 수명을 1640년으로 평가했다.

 또하나는 방폐장 인근 양북·양남·감포 등 3개 읍·면 주민의 반응이다. 경주 출신 정수성 국회의원은 이날 배종근 원안위 월성원전 지역사무소장에게 “방폐장 안전성에 대한 주변 지역 주민의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지진까지 발생했는데 주민들에게 설명 하나 없다”고 지적했다.

 핀란드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자력안전기구가 모든 문서를 공개하며 소통한 결과 시의회조차 거부권 행사 없이 방폐장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원자력환경공단은 3개 읍·면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주민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격월간지 ‘희망’을 발행하고 있다. 또 누구든지 방폐장을 보고 싶어하면 동굴까지 견학하게 한다.

 준공된 만큼 이제는 지역 발전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방폐물이 반입되면 한 드럼(200L)에 수수료 63만7500원을 받는다. 운영이 궤도에 오르면 연간 1만4000드럼까지 반입된다. 수수료만 연간 80억원이 발생해 이 중 75%가 경주시로 들어간다. 이 수익금의 처리 방향 등에 지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원안위가 방폐장과 원전이 같은 지역에 있는 경주로 이전해 진정한 현장 중심 규제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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