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의원 "재외동포법 개정안은 연좌제" 주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부모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아이들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연좌제, 아이들에 대한 비이성적 보복"으로 규정짓고, 개정안 부결 뒤 열린우리당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임 의원은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네티즌과 대한민국 지성인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9일 국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부결된 데 대해 네티즌 여러분의 분노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고, 많은 국민들께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이 높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기권함으로써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시한 사람으로서 책임있게 설명을 드리고 다시 여러분의 평가를 받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이 글을 올린다"며 자신이 개정안에 반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개정안 핵심은 2천명의 국적포기자들을 영원히 재외동포에서 제외함으로써 후안무치한 행동을 한 데 대해 벌하자는 목적"이라며 "나는 이들의 어처구니 없는 일탈에 대해 여러분과 똑같이 분노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감정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법은 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순간,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며 "국적포기자의 연령을 보면 15세 미만이 거의 60%에 달하며, 두 살, 세 살, 네 살의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이미 부모의 빗나간 선택에 의해 병역기피자라는 낙인을 안고 평생을 살게 됐으며, 장차 대한민국에서 고위 공직자나 책임있는 지위의 일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개정안에 의해 다시 이들을 영원히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살게 할 것인가이다. 장래 이들이 커서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으로 취급받고, 의료보험 등의 혜택까지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정작 이 선택을 한 부모는 버젓이 한국국민의 권리를 다 누리고, 부모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이 아이들이 연좌제의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과연 부모의 일탈로 인해 이 아이들의 인권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가 하는 문제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말 문제인식의 취지를 살리려면, 그 부모에게 어떤 불이익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부모의 빗나간 선택에 의해 아무런 판단능력이 없는 수많은 아이들이 영원히 대한민국에서 떳떳하게 살 수 없는 고통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 아이들을 정말 재외동포의 호적에서 파내야 하는 것인가"라며 "우리 재외동포법은 부모나 조부모 중 어느 한 쪽만이라도 한국국적을 가졌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이유를 묻지 않고 재외동포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현재도 국적법 시행령 5조 1,2항에 의해 그 정도가 심히 불량한 경우에는 효과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한 유명연예인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티즌 여러분!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성 여러분! 나는 부모의 그릇된 선택에는 한 없는 분노를 느끼지만, 두 살바기, 세 살바기 아이들에게까지 동포의 이름마저 빼앗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성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판단능력을 갖게 됐을 때, 부모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래도 조국의 품은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재외동포에 대한 포용정책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개정코자 하였으나, 홍준표 의원의 반대로 결국 개정안만이 본회의에 회부된 것"이라며 "앞으로 체계적인 정리를 통해 보다 실효적인 법과 제도가 확립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모쪼록 이러한 사정을 혜량하시어,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글을 끝맺었다.

386세대 정치인을 대표하는 임 의원의 이같은 '연좌제론' 주장에 대해 임 의원의 홈페이지와 미니홈피에는 네티즌의 반박글이 올라오는 등 재외동포법 부결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