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살인사건 파헤쳐요 다섯 꼬마 탐정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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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토 비밀결사대
한정기 지음, 유기훈 그림, 비룡소, 260쪽, 8500원

11회째인 올해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장편동화 부문 수상작.

아이들만의 은밀한 공간, 그 곳을 드나드는 소수의 또래 집단을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구도는 초등학교 중.고학년을 겨냥한 장편동화에서 자주 쓰인다. 아마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무리 짓기, 비밀의 공유,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모험 충동 등은 그 나이 때의 관심사인 듯 싶다.

책은 비밀 모임, 아지트에서 출발해 추리소설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초등학생용 장르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때문에 술술 읽힌다.

주인공들은 각각 5학년.4학년인 우진.서진 형제, 우진의 친구인 동영, 우진과 같은 학년이지만 왕따 신세인 한빛, 전학왔지만 예쁘장한 외모와 다부진 태도로 순식간에 우진.동영의 마음을 사로잡은 금숙이다. 일반적인 친구 관계이던 또래들이 비밀결사 조직 플루토로 거듭나는 것은 순전히 금숙이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에드거 앨런 포 등의 추리 소설을 탐독해 온 금숙은 우진과 동영이 아지트로 부르는 산 속 집 터에 초대받은 후 결사를 제안한다.

플루토라는 결사대의 이름도 금숙이가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에 나오는 고양이 이름에서 따왔다. 아시다시피 플루토는 로마신화에서 저승사자의 이름. 친구들은 '정의와 이 세상의 약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약속한다'고 맹세하며 피를 대신해 빨간색 주스를 나눠 마신다.

사건에 혈안이 돼 있는 친구들에게 마침 '꺼리'가 생긴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한빛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가 될 만한 장면을 목격하는 것이다.

친구들을 번번히 놀라게 하는 금숙의 지략과 용기, 우진과 동영의 경쟁 심리, 서진과 한빛의 톡톡한 활약 등으로 다섯은 마침내 경찰보다 앞서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의 실체는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국제 밀매조직까지 개입해 국보급 도자기를 유출하려던 것이었음이 밝혀진다. 다섯 명은 하루아침에 지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우진이 아지트에서 살인범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는 장면은 조금 급작스럽다. 하지만 사건 해결과정의 흥미진진함, 해결 후의 감격적인 보상 장면 등에 어렵지 않게 묻혀버린다. 금숙을 사이에 둔 우진.동영의 신경전, 초등학생 시절의 풋사랑, 우진.서진의 형제애, 왕따 친구 받아들이기, 동물(이구아나)에 대한 사랑, 부산 기장군 멸치 축제에 대한 묘사 등 책은 이야기 거리들을 가득 품고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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