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주민 건강 서서히 나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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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단지역주민에 대한 건강과 오염실태조사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국립환경연구소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해 조사됐다. 이들 기관의 연구팀이 지난해4월∼12월말에 걸쳐 울산·일산·포항·여천등 대표적인 공업단지 주민7백54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한 결과 ▲유사장티푸스 등 전염병 및 기생충질환 ▲고혈압 등 심장·혈관계질환 ▲기관지염·폐결핵·상하기도질환 등 호흡기계질환 ▲만성위장염 ▲피부질환 등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자들은 『이들 공단지역의 공해에 의해 주민들의 건강·농업피해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까지는 정확한 종합피해도가 조사되어있지 않았다』 고 밝히고 앞으로 이 같은 조사가 계속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환경보건학회가 주최한 제1차 학술대회에서 보고된 것이다.
오염실태를 발표한 연세대 권숙표교수는 울산의 경우 아황산가스배출량은 연16만t, 먼지는 8만8천t이며 불소의 평균 오염도는 26PPB, 해양오염도(COD)는 3PPM이라고 밝혔다. 이곳 토지의 29%가 공단지역으로 오염물질에 오염돼 있고 수도작 등 농작물의 상당한 부분이 공해로 피해를 보아 보상된 일이 있다고 밝혔다.
66년 석유화학공단으로 지정된 울산시는 현재9만3천 가구에 41만명이 살고있다.
13개 대기업이 입주하고있는 임해공업단지인 온산은 아황산가스평균오염도가 0.039PPM,암모니아오염도는 16PPM.
이 지역 해수가 중금속에 오염돼 당국이 배상해준 일이 있고 이 지역의 19%인 24평방km가 오염대상지역이며 대상주민은 3만6천명이라고 권박사는 설명했다.
17개 산업시설이 있는 포항은 20평방km에 달하는 제철·화학단지가 오염지역이며 대상주민은 19만명. 대기오염도가 높아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연안해양오염도는 COD가 평균5PPM이며, 6∼7개 하천이 기름 등으로 오염돼 있다고 권 박사는 발표했다.
여천금단에는 n년 준공된 남해화학을 비롯, 16개 오염가능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인구4만1천명 중 근로자가 2만명이며 단지 넓이는 1백2평방km. 이중 오염지역은 11.9%로 2만명이 피해가능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의 27.2%가 피해를 보고 있으며 광양만의 40%가 공해 피해를 보아 보상을 받았다는 것.
권 박사는 공단지구의 배출원·배출량·오염도·대책 등이 앞으로 계속 추적돼야 피해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주민들의 건강 및 농업상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이나 지금까지 조사가 허술하게돼 왔다고 지적했다.
공단지역주민들의 건강조사를 한 서울대병원내과 김건열박사는 『이번 조사에서는 오염지역(조사대상지역)과 비오염지역(대조지역)간 질병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조사 대상주민이 한정돼있고 객관적인 조사에 어려움이 있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고 밝히고『좀더 많은 주민들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계속해야 피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오염지역주민의 수는 ▲울산2백명 ▲온산81명 ▲포항1백명 ▲여천1백명이며, 비오염지역은 ▲울산83명 ▲포항90명 ▲여천1백명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질병분류에 따른 조사대상 주민들의 질병은 ▲전염병 및 기생충질환(23명) ▲순환기계질환(16명) ▲호흡기계질환(4명) ▲암(2명) ▲알레르기성·내분비계·물질대사 및 영양의 질환 ▲혈액 및 조혈기관질환 ▲분만·임신·산욕의 합병증 ▲피부질환(이상 각각 1명) 등이다.
울산·포항의 오염지역에서는 전염병 및 기생충질환이, 울산의 오염지역에서는 순환기계질환이 비오염지역에서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꼭 공해피해 때문인지는 결론짓기가 어렵다고 김박사는 말했다.
흉부 X선 검사에서는 이상자가 오염·비 오염지역에서 각각 2∼4명씩 비슷하게 나타났다.
김박사는 공해물질오염지역의 주민들은 저농도의 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그 피해가 만성적으로 나타나며 피해가 다원적이고 위해 점도도 다양하기 때문에 단기간 적은 수의 주민조사로는 성급하게 결론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그러나 미국의 경우 대기오염점도를 50% 감소시킨 결과 과잉사망률(주로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20∼30%가 떨어졌고 ,만성기관지염의 50%, 혈관계질환의 10%가 감소됐다는 조사결과가 있어 공단지역에 대한 공해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촉구했다.
국립환경연구소 환경보건 담당관실 김만호 과장은 주민들에 대한 카드뮴·납·구리·아연 등 중금속오염도조사에서는 아직 뚜렷한 중독현상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공해병예방과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같은 지역에서 지속적인 조사가 진행되어야 방향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번 조사가 공단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수집에, 목적이 있었다』고 밝히고 객관적인 조사방법 등 앞으로 좀더 연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었다.
발표자들은 우리 나라 공단지역의 건강 및 환경오염에 관한 기초조사자료가 없어 이번 조사로 당장 어떤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를 계기로 환경오염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일본에서도 중금속 오염에 대한 추적과 대책수립을 게을리 해 결국은 「이따이 이따이병」, 「미나마따병」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점을 감안, 만성적인 중독여부가 추적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됐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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