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없다"…침통한 원주교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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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원주=한천수·양원방기자】최기식 신부 등이 연행된 뒤 원주교구청관계자들은 침통한 빛을 감추지 못한 채 6일 교구청사무실에서 정상근무를 하며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학순 주교는 상오 8시40분쯤 주교관을 나와 교구청사무실에 들러 김종태 총 대리신부 등과 대책을 논의했다.
가톨릭센터 5층에 자리잡은 최 신부의 교구청 사목국장실은 여직원 1명만이 자리를 지킬 뿐 적막에 싸여 있었다.
교구청 김 총 대리신부는 교구청의 입장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당신이 수사기관원이냐』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 주교는 상오 9시50분쯤 안승길 황지성당 신부와 함께 교구청을 나가며 행선지를 묻는 보도진에 『당신들이 알아서 무얼하느냐』며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
교구청 안의 관리국 사회개발위원회·매스컴위원회 사무실직원들도 보도진들을 향해 『할말이 없으니 빨리 나가달라』 고 부탁했다.
또 가톨릭 농민회가 들어있는 활동단체연합회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한편 지 주교는 이날 하오 2시45분쯤 서울에서 양기섭 신부 영결식을 마치고 원주로 돌아와 교육원으로 직행, 안 신부·외국인 신부 2명 등과 함께 1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다.
이날 밤 교육원에는 수녀 2명과 고용인 3명 등이 빈집을 지키며 외부인사의 출입을 막았다.
한편 천주교원주교구청교육원장 최기식 신부의 연행이후 가장 큰 규모의 미사인 성유축성미사가 8일 상오 10시 원주시 원동 성당에서 원주교구청 안의 모든 신부와 수녀·신도대표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각 성당과 공소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성유를 축성하기 위해 모이는 이날 미사에는 교구관내 27개 본당 신부 33명, 수녀 49명, 85개 공소의 신도대표 등이 참석하며 최 신부의 연행대책도 논의될 것이라고 교구청관계자가 6일 말했다.
그는 이어 최 신부의 수사내용이 발표되면 8일 이전에도 긴급대책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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