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아기 낳았어요" 40대부부 결혼후 매년 임신·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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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40대 가운데 가장 많은 11명의 자녀를 둔 남상돈씨와 부인 이영미씨가 30일 12번째 아이를 얻었다. 어린이들 왼쪽부터 넷째 딸 세미(5)양, 30일 태어난 여섯째 딸, 다섯째 아들 다윗(7)군, 다섯째 딸 소라(4)양. 나머지 자녀는 학교와 학원수업 등으로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오종택 기자

"남상돈님, 열두 번째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어디 보자. 콧날이 오똑한 게 제 엄마 빼닮았네."

30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의료원. 간호사가 건넨 3.03kg의 아기를 안아 든 남상돈(43.동대문구 제기동.식당업)씨는 연방 싱글벙글한다. 서울의 모든 연령층에서는 물론 전국 40대 가운데 가장 많은 11명의 자녀를 둔 남씨는 이날 딸 하나를 더 얻었다.

부인 이영미(40)씨는 "이제 남자 여섯, 여자 여섯으로 남녀 균형이 맞게 됐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 부부는 경한(18).진한(12).석우(10).휘호(9).다윗(7)군과 올 1월 돌잔치를 한 똘똘이(아직 작명을 못함) 등 아들 여섯과 보라(17).지나(14).세빈(8).세미(5).소라(4)양 등 딸 다섯을 키워 왔다. 이씨는 22세 때인 1987년 결혼한 이래 거의 매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 왔다.

이 가족이 다니는 교회의 송석산 목사는 장미 꽃다발을 들고 축하하러 와선 "50년 뒤에는 가족이 아파트 한 동을 이룰 정도로 후손이 번창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남씨는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대가족에 익숙한 바람에 자연스럽게 많은 자녀를 갖게 됐다"며 "아이를 여럿 키우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사람이 많지만 매년 어버이날 모든 자녀가 우리 부부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 가슴이 찡하면서 역시 많이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경한이가 대학을 가면 승합차에 온 가족을 태우고 백두대간 여행을 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부인 이씨는 "학습용 컴퓨터만 석 대가 있는 등 집이 작은 보습학원 같다"며 "저녁에 모두 집에 모이면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고, 작은 아이들은 큰 아이들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면서 면학 분위기가 저절로 잡힌다"고 말했다.

남씨 가족은 지금까지 식당이 딸린 14평 남짓한 작은 집에서 월세로 살아왔지만 이달 중 영등포구 당산동의 34평형(전용면적 25.7평) 시영 임대아파트로 옮길 수 있게 됐다. 서울시가 5월 27일 개최한 '다둥이 가족 초청행사'에서 남씨가 "애가 많아 세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하자 이명박 시장이 법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시가 보유한 임대주택을 우선 배정받도록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남씨는 "보증금 4454만원에 57만원의 월 임대료를 내거나 1억4000여만원의 전세로 최장 50년간 임대아파트에 살 수 있게 됐지만 전세금 구하기가 막막하고 월세도 부담이 너무 커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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