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아파트론 추가 대출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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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으면서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한 사람은 이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투기지역에서 저축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주택대출 한도가 집값의 70%에서 60%로 낮아진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보험.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 대출 통한 투기 차단=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연립 등의 주택을 담보로 한 건이라도 대출받고 있는 사람이 투기지역에서 새로 아파트를 살 경우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담보대출을 받아 새 아파트를 사고, 다시 대출받아 또 다른 아파트를 사는 연쇄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투기지역으로 묶인 곳은 30일 현재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등 전국 45개 지역이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더라도 투기지역이 아닌 곳에서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투기지역에서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도 일제히 하향조정된다. 시가 6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만기 10년 초과 담보대출에 대한 LTV는 현재 60%에서 40%로 낮아진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저축은행이 투기지역에서 적용하는 LTV도 10%포인트 하향조정했다.

◆ 기존 대출자.실수요자는 예외 적용=이번 대책은 금융회사가 새로 취급하는 대출에 한해 적용된다. 투기지역이 아닐 때 60%의 LTV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았다면 투기지역 지정 후에도 이 조건으로 만기연장을 할 수 있다. 기존에 여러 건의 주택 대출을 받은 사람도 금융회사가 상환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면 상환 요구를 받지 않는다.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됐다.

금감위 등은 자영업자의 자금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사람이 7월 1일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사업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추가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거주 이전 목적으로 투기지역 내 신규 아파트를 매입하고 기존 주택을 미처 처분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이 된 사람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 아파트에 대해 은행에서 집값의 40%까지 대출받고 상호저축은행에서 40~60% 부분을 후순위로 대출받는 경우는 대출을 한차례 받은 것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효성 논란=이번 대책은 한 사람이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투기지역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를 사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본인 명의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이 투기지역에 집을 사면서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명의로 할 경우 대출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금감위는 이를 막기 위해 세대 자료를 갖고 있는 국세청.행자부 등과 협조해 세대별 대출 자료를 파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기존에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도 투기지역이 아닌 곳에서 새로 집을 사면 규제를 받지 않는다.

집값 상승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시작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점을 노려 투기 세력이 집값 급등 지역 인근에서 아파트를 사는 등의 방식으로 규제를 빠져나갈 여지는 남아 있다. 대출 제한이 투기지역 내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어 단독주택이나 빌라.연립주택.오피스텔이 대상에서 빠져 있는 점도 효과를 떨어뜨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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