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0곳 재건축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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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낡은 단독주택촌들이 재건축사업을 재촉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은 옥죄지만 단독주택 재건축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에 힘입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주택업체들도 단독주택촌 재건축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독주택 재건축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 재건축 기대감에 비싼 값에 매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 서울서 300곳 추진 의사=정부는 5월 19일부터 단독주택 재건축 요건을 기존 300가구 이상에서 200가구 이상으로 낮췄다. 집값 상승 주범으로 꼽히는 공동주택 재건축은 억누르되 주거환경이 열악한 단독주택지역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는 목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함께 모여 있는 아파트와 달리 주민들이 흩어져 있는 단독주택지역에서 주민들이 뜻을 모으기기 쉽지 않은데 재건축 기준 가구수가 줄어 사업추진이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지은 지 20년이 지나더라도 재건축 허용연한 제한을 받고 안전진단이 까다로운 아파트 재건축에 비해 단독주택 재건축은 지은 지 20년 이상인 건물이 전체 건물수의 3분의 2 이상이면 할 수 있다. 기존 용적률이 100% 안팎이어서 재건축 용적률을 200% 정도만 받으면 수익성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본다.

임대주택, 평형 구성 등에서 재개발보다 유리하다. 넣어야 하는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용적률의 25%여서 전체 가구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재개발(건립 가구수의 17% 이상)보다 적다. 재건축은 전용면적 25.7평 초과 평형을 전체 가구수의 40%까지, 평형도 89.8평(전용 기준)까지 지을 수 있다. 재개발의 경우 각각 20%까지, 최고 34.8평까지다.

이에 따라 낡은 단독주택지역들이 잇따라 재건축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3가 29 일대 주민들은 6000여 평에 들어선 단독주택 등 150개 동을 허물고 용적률 229%로 아파트 370여 가구를 지을 계획으로 최근 구청에 정비구역지정을 신청했다.

뉴타운지구의 단독주택들도 대거 재건축을 추진한다. 재개발 요건에 맞지 않아 도시개발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으려다 제도 미비 등으로 어렵게 되면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내 아파트 건축지역인 계획관리구역 1~7구역(12만7000여 평)은 도시개발방식 대신 재건축을 택하기로 개발기본계획을 5월 확정했다. 서울시가 기본계획안을 심의 중인 강서구 방화뉴타운에 들어설 8개 구역(11만여 평) 7000여 가구의 아파트도 단독주택 재건축으로 지어질 전망이다.

올해 말 서울시가 확정할 재건축기본계획에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기를 바라는 470곳 가운데 300곳가량이 단독주택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단독주택 가구수는 5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강북지역은 물론 강남구 대치.일원동, 서초구 방배.서초동 등 강남권에서도 적지 않게 예정구역 신청을 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을 하려면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 넘어야 할 고개도 많아=가구수 기준 등에 맞더라도 재건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호수밀도(1㏊에 들어선 건축물 수).접도율(전체 건축물 중 너비 4m 이상의 도로에 접한 건축물 수) 등에서 기반시설이 열악하면 재개발을 해야 한다.

재건축기본계획에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다음 기본계획 확정 때까지 5년간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한다. 올해 안에 정비구역 지정을 받으면 상관없다. 부지 면적이 크고 재건축으로 높일 수 있는 용적률이 많은 2, 3종 지역에서 사업성이 높다. 대단지로 만들 수 있고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조합원 평형배정은 재개발처럼 감정평가액 순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과 달리 주택과 토지를 모두 갖고 있어야만 아파트 입주권이 나온다.

단독주택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보완돼야 할 부분으로 다가구주택의 지분 분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요구한다. 다세대주택으로 지분을 쪼개는 데 제한이 없으면 조합원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경우 다가구를 다세대로 지분 분할하더라도 입주권은 하나만 나온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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