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클레멘스 '마무리 복도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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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고의 투수 로저 클레멘스(42·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올시즌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30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16경기에 등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은 1.50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승리의 기쁨을 맛본 것은 6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랜디 존슨(41·뉴욕 양키스)보다 한 술 더 뜬다.

승패 없이 물러난 7경기에서 클레멘스는 믿을 수 없는 0.77의 방어율(47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6경기에서 모두 7이닝을 던졌으며, 5이닝을 던진 1경기도 부상 때문에 할 수 없이 일찍 내려온 것이었다.

7경기 중 첫 3경기에서 클레멘스는 모두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팀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이후 타선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불펜이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이후 4경기에서는 모두 리드를 잡아놓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불펜이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했다.

29일 쿠어스필드에서 있었던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클레멘스는 7회까지 1실점, 팀에게 5-1 리드를 안겨주고 경기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휴스턴의 불펜은 단 1회를 지키지 못하고 5실점, 다시 클레멘스의 호투를 헛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경기 전 3번의 '블론세이브'는 클레멘스를 가장 도와줘야하 할 특급 마무리투수 브랜든 릿지(28)가 저지른 것이다.

릿지는 5월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홈경기에서 팀이 3-2로 앞선 8회초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왔다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내주고, 9회에는 홈런 2방으로 3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1사 만루에서의 희생플라이는 선방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난해 릿지가 30명의 주자를 물려받아 단 2명만을 홈으로 들여보냈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장면이었다.

다시 5월25일 시카고 컵스전 원정경기. 릿지는 팀이 2-1로 앞선 8회말 1사 1루에서 올라와 볼넷 2개로 만루를 허용하고 2타점 적시타와 폭투로 3점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6월1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서도 릿지는 팀이 3-1로 앞선 9회초 세이브를 따내기 위해 출격했지만, 집중 4안타를 맞으며 3-3 동점을 허용했다. 휴스턴은 9회말 모건 엔스버그의 끝내기 3점홈런으로 승리했지만 이미 클레멘스의 승리는 날아간 후였다.

현재까지 릿지의 마무리 실패는 3번, 공교롭게도 모두 클레멘스의 승리를 날린 것이다. 클레멘스에게 미안한 3경기에서 릿지의 방어율은 18.92(3⅓이닝 7자책)다. 나머자 30경기 29⅔이닝에서 허용한 자책점은 단 3점이다.

2003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마무리투수 키스 폴크(보스턴)은 리그 최다인 43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5번 세이브에 실패했다. 이 중 4번이 에이스 팀 허드슨(애틀랜타)의 승리를 날린 것이었다. 지난해 트레버 호프먼(샌디에이고)의 실패 4번은 모두 데이빗 웰스(현 보스턴)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었다.

복도 지지리 없는 클레멘스다.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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