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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서클 "샛별"을 덮쳐라|미문화원 방화범 이렇게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샛별서클의 문부식과 4인조 여자방화범을 추적하라』-.
28일 자정, 수사본부 특수요원들에게 「긴급지령X」가 하달되었다. 지금까지 박계동·이호철을 쫓던 수사방향이 급전하는 순간이었다.
「샛별」은 부산시 암남동 고신대의 불온지하서클로 이번 사건의 주범 문부식과 김은숙을 중심으로 이미옥·최충언·박원식등이 회원으로 되어 있다.
수사본부의 레이다망에 문등 일당의 그림자가 나타난 것은 지난25일. 사건현장인 미문화윈부근에서 탐문수사를 하던 특수임무조는 산장여관 뒤편 한영식당주인 장모씨(40)로부터 『며칠전부터 드나들던 청년1명이 사건당일 플래스틱물통을 맡겼다가 찾아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지가 작성됐다. 한편으론 전국 각 대학 문제학생들의 사진을 대조시키기 시작했다.
무려 1천여장-. 장씨는 이 가운데서 족집게처럼 박원식을 집어냈다. 박에관한 파일이 분석조로 넘어갔다.
상업을하는 아버지(64)와 어머니(58)와의 3형제중 막내. 부산H고교를 졸업, 고신대에 입학했으며 학교성적은 우수한 편. 성격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며 고신대안 의식화운동 서클인 「샛별」의 광신적 회원.
이를 근거로 박의 주변인물에 대한 모자이크가 시작되었고 최충언·이미옥이 떠올랐으며 이들과 접촉이 잦다는 것을 확인했다.
27일 수사본부에는 최모씨(45·여·부산시 온천2동)로부터 사건발생 후 K교회 신자인 김은숙이『행방불명됐다』는 제보가 왔다.
분석조는 김에관한 자료에서 역시 박등과 함깨「샛별」회원이자 문의 애인임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잠복미행조에 범인 체포지령이 떨어진 것은 30일 자정이었다. 체포지령의 암호는 새도(그림자).
4개 특수임무조는 각각 서로 무슨 임무를 맡고 있는지 몰랐다. 검거작전의 비밀누설을 방지하기 위해 이날의 새도작전은 이균범 부산시경국장, 한기형 수사본부장, 최상기 수사과장 세 사람과 합동수사본부의 각 수사기관장 이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보도진과 일반요원들에겐 애써 수사에 진전이 없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새벽3시, 특수임무조 제1팀에서 첫 보고가 들어 왔다. 『박원식 자가에서 체포. 저항없었음』 새벽5시의 제2제보 『이미옥체포, 연행중』, 곧이어 제3제보 『자금책 김화석체포, 약간의 저항있었음』, 그리고 서울 임무조로부터 『4명확보, 즉시 부산으로 향하겠음』이란 보고가 속속 들어왔다.
그러나 문과 그의 애인 김의 집을 덮쳤을 때는 이미 종적을 감춘뒤였다. 범행후 문은 부산시내 모 미장원에 들러 장발을 짧게 잘라 변장하고 김과 함께 달아 났음이 뒤늦게 확인되었다.
「샛별」서클의 리더 문은77년 부산B고교를 졸업, 그해 고신대에 진학해 현재 4학년.
그는 대학 2학년 때 어머니를 잃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성격이 한층 비뚤어 졌으며 비슷한 형편의 김은숙과 사귀어 이념동지로, 애인으로 뭉쳤다.
방화조의 이미옥은 대공경찰집안의 일원. 홀어머니의 1남3녀중 막내인 이는 10년전 아버지를 잃었다.
큰아버지는 경찰관으로 대공분야에서만 30년을 근무했고 삼촌도 경찰관으로 공비토벌에 나갔다가 순직한 집안으로 그녀가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할줄 몰랐다고 수사관들은 안타까운 표정들.
수사관계자들은 미문화원방화사건의 실제행동대원이 여자4인조였다는데 모두들 경악하고 있다. 이는 주범 문이 엄청난 범행을 계획할 때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할 수 있고 남자이상의 저돌성을 보이는 여섬특유의 기질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들 여자4인조는 문과 김은숙으로부터 비뚤어진 사상교육으로 무장된데다 최근 유행하는 유럽형의 도시게릴라나 하이재킹에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상당한 범죄모방심리가 작용했믈 것으로도 경찰은 보고 있다.
범인 검거소식이 전해지자 수사가 진행된 지난 12일동안 유흥업소와 음식점, 특히 숙박업소는 개점휴업상태로 울상을 지었던 상인들이 가장 기뻐했다. 【부산=임수홍·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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