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동성 결혼 합법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캐나다 의회는 28일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에 이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캐나다 내 보수파 정치인들과 종교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하원은 이날 자유당 정부가 제출한 동성결혼 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통해 찬성 158표, 반대 133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성결혼 법안은 형식적 절차인 상원의 통과를 거쳐 공식 법규로 성립된다.

캐나다에서는 동성끼리 결혼한 부부들도 일반적인 남녀 부부와 똑같은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캐나다에서는 10개 주 가운데 8개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해 결혼하고 싶은 전 세계 동성애자들에게는 '가고 싶은 나라'로 꼽혀왔다.

폴 마틴 캐나다 총리는 법안이 통과되자 "캐나다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나라"라며 "동성애 결혼 합법화로 인권이 진일보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2월 초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면서부터 동성애 결혼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그러나 많은 여론조사 결과,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미국에서는 동성애 반대자들이 다수인 것과는 대조된다.

그러나 동성결혼을 줄곧 반대해 온 단체들은 투표 결과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동성결혼 반대 단체 대변인 겸 캐나다 기독교 대학 총장 찰스 맥버티는 "결혼의 정의를 바꾸려는 동성애자들에 맞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 단체들은 "교회가 동성애 결혼을 거부하면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안은 목사나 신부 등 성직자들이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강제로 집전할 의무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투표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 의회가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지지해 주길 바라는 뜻을 밝혔다. 캐나다에는 동성애 커플이 34000쌍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