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쓰러진 '원조 벤처' 메디슨 기억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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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메디슨의 이승우(47.사진) 사장은 이 회사의 창업멤버다. 2002년 메디슨이 부도가 나자 소방수로 나선 그가 회사창립 20주년을 맞는 감회는 새롭다.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두뇌들이 뭉쳐 만든 메디슨은 국내 벤처기업의 선두주자다. 그러나 가장 먼저 주저 앉은 벤처기업 중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경영이 어려웠었다.

이 사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재건방안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세계 1위의 의료영상기기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또 올해 중에 20년간 써온 메디슨의 기업 로고도 바꿀 예정이다. '의료영상전문기업'을 표방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지난 3년간 평균 15%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다. 1500억원에 이르던 부채도 절반 이상 갚았다. 내년이면 GE.지멘스.필립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의료영상진단기기 분야의 일류 기업으로 다시 도약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슨은 무리하게 사업 영역을 넓히다 쓰러졌다. 2001년 코스닥 시장이 무너지면서 메디슨이 투자했던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해외법인이 낸 막대한 결손을 메우지 못해 부도를 냈다. 당시 대표이사 사장이던 이 사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메디슨의 관리인을 맡았다. 이 사장은 "연구 인력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고 지멘스 등 다국적 회사들의 견제로 회사를 되살리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당시 메디슨의 부채는 총 3500억원. 이중 2000억원을 출자전환했고 나머지 1500억원을 10년간 나눠 갚기로 했다. 또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해외법인을 정리했다. 이후 한대에 10만달러가 넘는 고가 장비를 개발해 일본.미국.유럽 등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2002년 5%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로 올라갔다. 현재 의료영상기기 시장에서 메디슨은 세계 6위업체다. 수출제품이 90%에 이른다. 메디슨은 연말께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2002년 1720%에 이르던 부채비율을 올해 146%로 끌어 내렸고 남은 부채를 모두 갚을 만큼의 돈도 모았다. 이 사장은 "아주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은 인재들을 갖고 있는 만큼 제품 경쟁력도 세계 어느업체와 견주어 뒤지지 않다"며 회사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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