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라톤 최연소 완주자|고덕중 구혜숙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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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서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의 완주자가 불과 15세에서 화재를 모았다. 더구나 여자다.
충남 예산의 고덕중 3학년인 구혜숙으로 정확한 생년월일이 68년11월17일.
42·195㎞의 강강 1백5리길을 3시간16분25초에 주파, 당당 9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선수로는 안춘자(5위·3시간1분50초20) 최경자(7위·3시간4분40초·19)에 이어 3위를 마크했다.
아직 골격이 제대로 굳지도 않은 가냘픈 소녀로서 대단한 기백의 승리와, 경기에 임하는 심리와 부담감이 차원을 달리하지만 남자부의 국내초청 케이스인 20명의 대표급 선수중 도중 기권을 한 박원근등 14명을 더욱 부끄럽게 만든 깜찍한 집념과 패기가 칭찬을 받았다.
『풀코스에는 처음이어서 그저 완주라도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어요. 예상보다 기록이 좋아 기뻐요.』
외국선수뿐만 아니라 임은주등 선배언니들이 많아 9위가 되리라고는 꿈도 못꿨다고 들뜬 기분이다.
남녀공학으로 재학생이 l천3백여명인 고덕중은 최근 소문없이 여자장거리선수를 배출해내는 숨은 마라톤의 요람이다. 국내여자마라톤의 유망주인 이미옥 (대전체고1년)도 여기서 자랐다. 지금도 구혜숙과 같은 맹렬소녀가 10여명 더 있다.
그러나 매일 10여리를 걸어 학교를 다니는 이 빈농의 딸은 먼 시골길에 저절로 익숙해지고 단련된 체질을 바탕으로 달릴뿐 「앨리슨·로」같은 과학적이고 풍요한 조건속의 훈련은엄두도 못낸다.
마라톤 전문가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10대에 마라톤을 하는 것은 오히려 운동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이유로 금지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15세인 구혜숙의 마라톤 도전은 환영할 바는 못된다. 남녀모두 풀코스 마라톤은 골격이 완성된 20대이후에 해야한다는 것이 정설인 것이다.
구혜숙도 『마라토너로 성공해보겠다는 결심을 굳히기위해 뛰어봤어요. 이젠 자신을 얻었으니 앞으로는 중장거리 종목만을 3∼4년간 열심히하여 착실히 기초를 다지겠어요』라고 말하고 88년 서울올림픽때 영광의 월계관을 쓰는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키lm46㎝, 체중40㎏의 자그마한 체구로 공부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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