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의 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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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천여명의 선수가 광장가득 뛰는 모습은 참 장관이었다. 비록 세계기록에는 미달한 대회였으나 마라톤재건을 염원하는 한국인에게는 뭔가 보여주었다.
마라톤의 세계기록은 작년 뉴욕대회에서 미국의「로베르토·살라자르」가 세운 2시간8분13초F.
그러니까 서울대회의 우승자「로리·위티」의 기록 2시간14분33초는 세계기록보다 정확히 6분20초나 뒤진 셈이다.
우리로서 뜻을 찾자면 무명선수 김종윤의 등장이다. 4위로 골인하면서 세운 기록2시간16분58초는 문흥주의 한국기록2시간16분15초에 43초차로 육박한 것. 20분대를 맴돌던 국내기록이 8년만에 이룩한 쾌거다.
한국인의 마라톤자질은 아직도 풍성함은 일깨워준다. 그러나 마라톤을 인내력의 경기라고 되풀이 말하던 시대는 지났다.
1967년 호주의 「클레이턴」이 10분벽을 깨면서부터 마라톤은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 스피
드화했다. 전후반을 가릴 것 없이 맹렬한 페이스로 뛰지 않으면 좋은 기록을 낼수 없는 것이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케냐의 「조젭·켕가비」처럼 초반 5㎞ 힘차게 뛰다가 뒤로 처진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자기 페이스와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한 탓이지 현대 마라톤의 정석대로 뛴것은 틀림없다.
63년 일본 벳뿌대회의 영웅「데라자와」는 이제 47살, 일본국가대표 코치다. 그는 후반에서 전력을 다해 뛴다는 한국, 일본형 스타일을 과감히 부인한다.
그래가지고는 전후반을 가리지않고 꾸준히 속도를 내는 구미형 마라톤에 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데라자와」는 『지금의 스피드 마라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5천m를 13분40초에, 1만m를 28분30초에 뛰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거기다 50∼3백m의 단거리연습도 충분히 쌓으라고 권고한다.
이같은 스피드훈련의 결과 일본은「소오」(종)「세꾜」(뇌고)같은 2시간9분대의 선수를 탄생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위티」가 25∼30㎞구간을 14분51초에, 5위의 「에로타보」가 14분43초에 주파한 것은 「데라자와」의 기준에서 보면 아직 미흡한 것. 경주코스가 전반적으로 난코스인데다 강바람이 분것이 원인이라고 선수들은 말한다.
김종구의 등장에 비해보면 한국대표선수단의 이번 전적은 너무나 어이없다. 15명의 대표선수가 참가해 19위의 최경렬이 제일좋은 성적이었는데 그의 기록은 무려2시간22분12초. 최에 앞서 무명의 일반선수 4명이 골인했다. 입으로만 외치는 마라톤 중흥은 이제 지양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데라자와」의 마라톤연습 원칙을 다시한번 적어본다. 연습을 자기 것으로 소화할 것, 진보의 정도에 따라 연습량을 늘릴 것, 자기한계를 초월하는 능력이상의 훈련, 최대의 효과를 올릴수 있는 최적의 연습량, 스태미너와 지구력을 기를것, 그리고 기력과 근성을 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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