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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 - 사수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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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놓고 찬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28일 경찰이 동상 주변에서 불법시위를 막기 위해 경비를 서고 있다. 인천=김경빈 기자

"누가 세운 동상인데 철거 운운이냐?"

"제국주의 상징물, 빨리 없애야 한다."

지금 인천에선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의 철거 찬반을 둘러싼 기 싸움이 한창이다.

특히 일요일과 겹친 올해 제헌절(7월 17일)날 인천 자유공원에서는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대와 사수 시위대 간의 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 미군추방공동투쟁위(의장 강희남) 산하 맥아더 동상타도특별위원회는 이날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합세해 자유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동상 끌어내리기' 등의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인천상륙작전참전용사회.황해도민회 등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 사수 궐기대회'라는 이름의 맞불 시위를 벌이기 위해 최근 관할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마쳤다.

◆ 철거 주장=그간 인천의 명물로 여겼던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연평해전이 일어났던 2002년 무렵 등장했다. 이때부터 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간헐적으로 자유공원에 나타나 동상의 이전 또는 철거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동상에 대한 경찰의 24시간 경비활동도 이때 시작됐다.

올 들어서는 우리민족련방제통일추진회의 등 9개 재야단체가 참가한 미군추방공동투쟁위원회가 맥아더 동상 타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철거 운동이 상설화됐다. 이 단체는 5월 10일부터 29일까지 자유공원에서, 6월 3일부터 24일까지는 인천시청 앞에서, 27일부터는 인천 중구청 앞에서 50여 일째 동상 철거를 주장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다음달 13일까지로 예정된 중구청 앞 농성이 끝나면 다시 자유공원으로 옮겨 7월 22일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 이전 주장=이와는 좀 다르게 평화와 참여를 위한 인천연대 등에서는 철거보다는 송도의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길상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동상의 이전에 대해 절반 가까운 시민이 수긍한다"며 "동상 철거를 놓고 시민들이 갈려 싸우기보다는 합리적인 해법을 끌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사수 주장=그간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인천상륙작전참전용사회.해병전우회.황해도민회 등의 단체들이 맞불 시위 등으로 행동에 나서 왔다.

김장렬(74) 9.15 인천상륙작전참전용사회 회장은 "이번 재야단체들의 농성장에도 회원들과 같이 여러 차례 나가 보았지만 주위 시민들이 먼저 철거 주장을 비난해 주는 바람에 충돌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철거 주장 단체들의 7.17 집회 계획은 묵과할 수 없다"며 "우리도 시민의 뜻을 집결해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einbau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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