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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박물관 순례(5)덴마크 루이지아나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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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느 나라를 가든 국립 및 시립의 대형 박물관들에서는 대체로 유사한 점 때문에 나중엔 그게 그것같은 혼동을 일으키게 된다. 그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근래 새워진 사설박물관 중에는 매우 특징 있는 것들이 있어서 박물관의 형태로서도 연구거리가 되고 관람의 인상도 오래 간직하게 된다.
뉴욕의 구갠하임과 휘트니는 그런 명소로서 미국에서의 전위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거니와, 남불에서는 현대조각 전시의 정원화를 시도한 매그와 거대한 벽면 모자이크로 압도하는 레저미술관이 주목해 볼만한 대상들이다.
덴마크의 루이지아나도 그런 관점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사설 현대미술관의 하나다.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아름다운 해안에 자리잡은 이 미술관은 본래 개인의 별장이던 것을 덴마크 공예미술관으로 발족시켰는데, 고목이 들어찬 넓은 정원에다 세계적으로 명성높은 조각가의 작품들을 배치하는 한편 외화 전시실도 갖춤으로써 이제는 북구의 유수한 현대미술관으로서 뚜렷이 각광받는다.
도로에 인접한 지난날의 별장건물은 이 미술관의 현관구실을하여 흡사 세련된 개인주택을 방문한 듯 포근한 느낌을 갖게 한다. 흔히 대형 박물관에서 받는 비인간적인 느낌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라할까.
그리고 회랑모양의 길고 구불구불한 전시실이 숲과 호수사이를 뚫고 지나가 바다에 연결된 지점에 이르러서야 도서실과 레스토랑으로 끝이 난다. 긴 전시실의 중간 중간엔 정원으로 빠질수 있도록 문을 내 놓았으며, 돌아오는 코스는 수목과 조각품사이를 누비면서 초원을 거닐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공예품이나 특별전시실에 한해서는 박물관의 속성에 따라 폐쇄적이지만, 대체로 전시공간이 개방적이어서 보안상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문에 철갑을 하고 창밑에 함정을 두는 기존건물의 눈으로 보면 이는 확실히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설이다. 그러나 경내를 한 집안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곳에서는 공원다운 체험 공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회랑식 전시관은 단층으로 대부분 자연경관속에 파묻혀 있고 파빌리온의 구성으로 지붕 높이도 각각 일정치 않다. 특히 통로부분은 정원 풍경이 훤히 내다보이도록 유리벽이며, 야간엔 전등불이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그 높이를 어깨 밑으로 내려설치 했다.
벽과 바닥은 붉은 벽들을 됐는데 내벽만은 그림이 걸리기 좋도록 흰칠을 하였고 천장에는 소나무판자를 자연색 그대로 썼다. 각실의 가구는 이 고장의 명성 있는 최상급 것들인데 그것을 감상용이 아닌 실용품으로 비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이 북구 작가의 것에 한하지 않고 「헨리·무어」「칼더」「자코메티」「아르프」「앤디·워홀」「짐·다인」「리히텐슈타인」등 우리에게도 귀익은 구미의 저명작가를 망라하고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건물의 표준적인 채광방법이다. 건물의 현대적 감각과 조각, 정원의 격조를 유지·조화시키려는 노력 뿐만 아니라 적어도 다섯가지의 자연채광 방법을 각 파빌리온 별로 시도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의 박물관에 있어서 두드러진 현상은 자연광과 인공광의 컴비네이션이며, 북구로 갈수록 자연광의 효용이 현저하다. 사실 박물관에 있어 조명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단조한 전시실에 변화를 주고 관람객의 심리적 요인을 조각하는데까지 세심하게 배려되고 있다. 부조에는 일정한 방향으로 40∼45도의 빛을 주어야 음영이 선명하지만, 회화에 있어서는 일정치 않은 확산광이 45∼70도로 비치는 것이 좋다.
루이지아나의 진열실 천정은 유리에다 벨라리옴(엷은 포막)을 펼친 경우를 비롯하여 고창과 간접광창·대각채광 혹은 블라인드 개폐시설등 여간한 주목거리가 아니다.
이종석 <계간미술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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