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아줌마] 윽, 땀 냄새 … 데오도란트 하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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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Mr.조는 카투사 출신이다. 이등병 시절, 미국인 룸메이트가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더니 겨드랑이에 뭔가를 열심히 발랐다.

"지금 뭐하니?"

"어, 데오도란트 발라."

"그게 뭔데?"

"겨드랑이 냄새 안 나게 하는 거야. 한국 사람들은 이거 안 발라?"

향기가 좋았다. 샤워 후 풍기는 비누 냄새 비슷한 것이 향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땀 냄새도 없애준다고 하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난 그날 이후 지금까지 사시사철 데오도란트를 애용하고 있다.

민소매 옷을 입은 어떤 여성이 버스에 급하게 올라타 손잡이를 잡으려고 팔을 뻗었다가 옆에 서있는 남성을 의식해 다시 팔을 움츠린다. 바로 그때 '데오도란트 하셨어요?'라는 광고 카피가 나온다. 독일 화장품 업체의 광고다. 요새는 여름만 되면 이런 데오도란트 광고가 봇물을 이룬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는 데오도란트 시장이 아예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다국적 기업인 N사, U사 등이 "땀을 억제하고 땀 냄새를 없애준다"고 홍보하며 본격적인 시장 조성에 나서면서 이젠 많은 여성이 데오도란트를 여름철 필수품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용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위 두 회사의 제품들이다. 보디용품 전문 브랜드나 외국 유명 향수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도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한국의 남성용 미용제품 시장이 여성용보다 훨씬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데오도란트 시장은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다.

세계적인 면도기 브랜드인 질레트도 외국에선 스프레이형.스틱형.젤리형 등 대여섯 종류의 남성용 데오도란트를 내놓고 있지만 한국에선 면도기와 면도거품 정도를 팔고 있을 뿐이다. 몸에서 나는 안 좋은 냄새라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심할 텐데 왜 이렇게 제품 종류가 적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Mr.조는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데오도란트를 한 무더기씩 사온다. 물론 서울 남대문 수입상가에서도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외국엔 우선 종류가 많고 운 좋게 세일 기간과 맞아떨어지면 가격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싸다. 향수를 매일 사용하기엔 왠지 부담스러운 사람, 샤워 후의 상쾌한 느낌이 하루 종일 지속되길 바라는 남성들이여, 데오도란트에도 눈길을 돌려 보자.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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