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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쇼크 정유업계, 사업구조 개편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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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정유업계가 생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쓰오일은 27일 올 3분기 매출 7조2679억원에 영업적자 396억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1114억원의 순손실까지 내며 적자전환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에쓰오일 주가는 전일 종가(지난 24일) 대비 7.4%(2900원) 올랐다. 이날 주가는 4만2100원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전일대비 6.52% 올랐다. 올들어 신저가 기록을 연일 깰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던 정유주식들이 동반 반등한 것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원유값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8일 실적발표를 하는 SK이노베이션까지 주가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실적만 놓고보면 암담하다. 환율하락의 영향과 석유제품가격과 원유값의 차이인 ‘정제마진’까지 악화되면서 매출과 이익이 모두 빠졌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0.6%가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정유사업은 유가 급락에 따른 폭탄을 피하지 못하고 3분기에 186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석유제품값이 폭락하고 국제 유가가 동반하락하면서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4분기 이후 전망에 대해선 “아직 바닥은 멀었다”는 비관론과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비등하다. 에쓰오일은 낙관론에 섰다. 이날 실적발표와 함께 에쓰오일은 “원유가가 한계생산 비용 수준까지 빠져 추가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내년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3개사의 영업이익이 올해대비 398% 늘어난 2조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정유사들이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감산에 나서면서 정제마진이 올해 배럴당 7.4달러에서 내년에 7.7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미국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영향으로 유가하락이 70달러 대로 빠질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값싼 셰일오일을 미국이 전면 수출에 나서면 장기적으로도 유가가 급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 사라진다”고 비관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전망이 오리무중이다. LG화학은 지난 20일 3분기 실적(매출 5조6639억원, 영업이익 3575억원)을 발표하며 하루 2조원의 시총이 날아가는 경험을 했다. 시장 예상보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 저조하자 주가가 14.16%나 빠졌다. 올들어 200명에 달하는 인력조정을 한 삼성정밀화학도 매출이 올 3분기 전년동기 대비 9.8% 줄었다. 지난해 3분기엔 18억원의 영업이익이라도 냈지만 올 3분기엔 91억원의 영업적자를 올렸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경쟁악화·가격 하락에 수요부진까지 겹친 탓이다.

 안갯속 전망에 기업들은 앞다퉈 사업구조 변화에 나서고 있다. SK E&S는 이날 미국 셰일가스 광구 지분을 인수하며 셰일사스 사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국 콘티넨탈리소스사로부터 오클라호마주 우드포드 광구 지분 49.9%를 3억6000만 달러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국내 천연가스 연간 총수입량에 맞먹는 3800만t을 확보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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