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외국계 기업 '국제 화상면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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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싱가포르의 세일즈 디렉터입니다."

"저는 홍콩에 있는 인사 담당 매니저입니다. 자, 자기 소개부터 하시죠."

서울 삼성동의 미국계 다국적 정보기술(IT)기업 폴리콤 코리아는 최근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경력직 면접(사진)을 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지사의 임원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한국 지사의 임원은 이날 경력직으로 지원한 류교원(36)씨 옆에 앉아 면접을 진행했다. 이 회사에선 이 같은 면접을 '열린 채용 면접'이라고 한다. 폴리콤은 세계 모든 지사에서 '글로벌 면접'을 한다. 전우진 한국지사장은 "여러 나라 임원들의 시각을 종합해 글로벌 인재를 뽑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외국계 기업 들은 독특한 채용방식과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류전형-적성검사-단순면접'으로 이어지는 기존 방식으로는 기업에 알맞은 인재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고객이 리베이트나 과도한 접대를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올 초 제약업체 한국화이자의 영업사원 채용 면접에서 나온 질문이다. 화이자가 지향하는 정직.혁신.인간존중.리더십 등 아홉 가지 기업가치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절차다. 이 질문은 이 기업의 가치 중 '청렴'에 해당한다. 화이자는 이 같은 '가치관 면접'을 위해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면접관 교육 과정'도 운영한다. 영국계 담배회사 BAT코리아는 과장(매니저)급으로 초고속 승진할 대졸사원을 따로 뽑아 교육한다. 해마다 한두 차례 대학을 돌며 초고속 승진제도 설명을 하고 홈페이지에 선발 공고를 한다. 선발된 사람은 2년간 영업.기획 등 각 부서와 공장을 두루 거치며 매니저로서의 능력을 검증받는다. 될성부른 인재를 뽑아 젊은 간부를 기르는 인사제도다. 승진 대상에서 탈락하면 여느 신입사원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게 된다.

GE에는 '내부 채용(internal sourcing)'이란 특별한 제도가 있다. 어느 나라 법인에 공석이 생길 경우 전세계 지사를 연결하는 인트라넷에 이를 공지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GE코리아의 한 직원이 해외근무를 원한다면 세계 100여 개국에 있는 GE의 모든 계열사에 갈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자리가 비었는지는 인트라넷에 실시간으로 일목요연하게 뜬다. GE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이 같은 해외 근무를 장려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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