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간발의 차로 재선 성공

중앙일보

입력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힘겹게 재선에 성공했다. 26일(현지시간)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좌파 성향의 호세프 대통령은 51.64%를 득표해 48.36%를 얻은 중도우파 성향의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에 간발의 차로 앞섰다. 의무투표제인 브라질 유권자 약 1억4280만명 중 단 300만명의 표가 승부를 갈랐다. 지난 5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노동자당(PT)의 호세프가 41%,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네비스 후보가 34%를 얻어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았었다.

이로써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사상 세 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여성으로선 최초다. 그러나 영광은 여기까지다. 가까스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호세프 대통령에겐 과제가 산적해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경제 살리기와 사회 통합이 꼽힌다. 신흥 경제5국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로 꼽히는 브라질이지만 최근 경제 사정은 심상치 않다. 2011년 호세프 대통령 집권 후엔 각종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0년 7.6%였던 경제성장률이 집권 1년만에 2.75%로 곤두박질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ㆍ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속 마이너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하며 내년 전망치 역시 1.4%로 낮게 잡았다. IMF는 이 추세대로라면 2018년께엔 브라질이 세계 7위 경제국(국내총생산 기준) 지위를 인도에 빼앗길 것이라 경고했다. 1기 정부 출범 당시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을 세계 5위 경제국으로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것과 정반대인 상황이다.

원인은 호세프 대통령의 정책 우선 순위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그는 자신을 후계자로 낙점한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한다며 빈곤 퇴치와 소득 재분배를 중시했다. 그가 1400만 빈곤가구에 현금을 지급하고 278만채의 공공주택을 짓는 동안 시장은 등을 돌렸다. 1달러 당 헤알화 가치는 1.67(2010년)에서 2.48(27일 현재)로 급락했고 주가는 2010년 69304(보베스파 지수)에서 지난 24일엔 51940으로 빠졌다. 그의 재선을 두고 “국가주의를 택한 브라질 경제는 앞으로도 시원찮을 것”(월스트리트저널) “브라질 경제에 큰 위기 신호”(로이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야당 네베스 후보가 선전한 데는 중산층을 강화하고 친기업ㆍ친시장 정책을 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한 게 주효했다.
시장은 재선 소식에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27일 도쿄 증시에선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와 연동되는 넥스트펀드가 7.9% 하락하며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이를 의식한 호세프 대통령은 재선 확정 후 연설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 다짐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을 재무장관으로 기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 청사진은 내놓지 않았다.

경제 정책 실패는 브라질 사회도 두 동강 냈다. 호세프 대통령은 저소득층과 개발이 더딘 북부 지역에서 우세를 보인 반면 중산층이상의 대도시 거주 유권자들은 네베스 지지세가 뚜렷했다. 소득계층별 사회 갈등이 문제로 떠오른 셈이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에서 브라질 국민의 절반이 호세프에게 반대한다는 것만은 명백해졌다”고 전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가시밭길 집권 2기는 내년 1월1일 시작된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