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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낙하산 인사 … 예산 극대화 … 겉포장만 바뀐 참여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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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요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뜨겁다. 야당에선 '번지 점프 인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이철 전 의원과 한이헌 전 경제수석이 각각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내정 또는 임명됐고, 이해성 전 홍보수석이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선임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앞서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증권선물거래소, 대한지적공사 등 공기업체의 장도 대선 때 기여한 사람 등으로 채워진 바 있다.

낙하산 인사라든가 번지점프 인사는 이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이야 독재체제라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문민정부 또는 국민의 정부로 자처하는 김영삼.김대중 정권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많았다.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정상적이고 공개적인 절차에 의해 선임된 인사이며, 무능한 인사가 아니라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사가 선임됐다는 정부의 변명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선 딴 것은 몰라도, 최소한 낙하산 인사 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과거 정권과 달리 출범 과정에서 신세를 졌기 때문에 돌봐줘야 할 사람들이 훨씬 적고, 정치인들의 과거 경력을 보건대 순수한 개혁 열정만은 과거 정치인보다 훨씬 많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시스템에 의한 관리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진작부터 정치인에 대해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 등은 정치인들은 포장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 다 똑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기업인들이 이윤극대화 동기를 갖고 있듯 정치인들은 권력의 극대화 목적을 갖고 있는 정치적 비즈니스맨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재선이므로, 국가 전체적으로 아무리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손해가 된다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재정적자 문제와 관련,국회의원들은 처음엔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대부분 반대한다. 그러나 막상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하는 계절이 되면 서로 자기네 지역구 예산을 늘려달라고 아우성친다.

경제학자들은 관료에 대한 기대도 버린 지 오래다. 이들은 예산의 극대화란 동기로 움직이므로 공무원 숫자와 권한을 줄이는 개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나 다를까, 참여정부에서도 공무원 숫자는 늘었으며, 규제 개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경기 부양에 열심이다가 당선되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는 정치인들의 행태 때문에 경기가 변한다는 정치적 경기주기 이론도 여전히 유효하다.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는 애초부터 잘못이었던 것 같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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