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희생 장병 8명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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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어머니는 가슴에 묻었습니다. “아들아 훨훨 날아가거라….” 새 한 마리가 비탄에 젖은 유족의 손에서 날아갑니다. 대전국립현충원=조수호 대학생사진기자

"20대 초반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을 텐데…"

25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선 전방소초(GP) 총기난사 희생 장병 8명에 대한 합동영결식이 열렸다. GP에서 함께 복무하던 동료병사 천원범(22) 일병은 먼저 간 선임병들의 영전에 바치는 글을 읽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동료 장병 300여 명도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 부둥켜 안았다. 유족들 사이에선 "내 새끼. 불쌍해" "나는 어떻게 살아…"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영결식장은 울음의 바다였다.

이에 앞서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은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하고 더운 여름날 광풍에 잎을 떨어뜨려야 하는 꽃잎처럼 이승의 삶을 마감하고 먼 길을 떠나게 돼 안타깝습니다"라며 희생 장병을 추도했다. 국방부와 육군은 고인들의 희생과 군인 정신을 기려 24일 각각 일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고 김종명 대위의 동기 이채준(학군 41기) 중위는 "전역을 10여 일 남기고 불의의 사고로 허무하게 우리 곁을 떠나지만 겨레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영원히 살아 빛나길 바란다"는 조사를 낭독했다. 이날은 6.25전쟁 5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육군 28사단장으로 거행된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군 장병 등 각계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광웅 국방장관.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사령관 등 군 고위 관계자가 영결식장을 찾았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모습도 보였다.

헌화와 분향이 끝나자 운구 행렬은 성남시립화장장으로 향했다. 시신이 화장되는 동안 부모들은 화장로 앞 관망실에서 아들의 영정을 붙잡고 목놓아 울었다. 탈진한 고 전영철 병장의 어머니 장영화(44)씨는 의자에 누워 아들이 화장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곧이어 한 줌의 재로 변한 장병은 무궁화가 그려진 백자 유골함에 담겨 대전국립현충원으로 옮겨졌다. 합동 안장식을 거쳐 하관식이 시작되자 희생 장병 부모들은 "정말 마지막 가는 길이냐" "그 차가운 곳에서 너 혼자 어떡하니"라며 오열했다.

한편 경남 통영에서 조류농장을 운영하는 설재홍(44)씨는 문조 8마리와 잉꼬 8마리, 카나리아 4마리 등 새 20마리를 가져왔다. 그는 "희생자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을 나타내는 흰색과 검은색의 문조와 가족 및 친구를 나타내는 잉꼬와 카나리아를 모두 하늘로 날려 보냈다.

최상연.강승민,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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