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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잃어버린 '소리' 되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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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인공와우 수술로 청각을 회복한 신동길씨가 고향 집에서 얘기하고 있다.N-POOL 광주일보=이종윤 기자

국국포로로 55년간 북한에 억류됐다 탈북한 신동길(75.전남 영광군 영광읍 교촌리)씨가 전남대병원의 도움으로 손상된 청각을 회복했다.

신씨는 1949년 6월 국군 1기로 입대해 8사단 21연대에서 하사로 복무하다 50년 11월 평안남도 영원지구 전투에서 북한군에게 포로로 붙잡혔다.

이후 한동안 인민군에 있다 함경북도 명천군 탄광으로 끌려가 30여년간 고된 일과 소음에 시달리다 청력을 잃었다. 88년 11월 아들이 있는 함경북도 무산군 무산읍으로 옮겨 지내다가 지난해 4월 맏며느리와 함께 두만강을 넘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우리 대사관의 도움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고향에서 50여명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잔치를 벌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청력이 손실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전남대 병원을 찾은 신씨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보청기를 해도 30%정도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수술과 치료과정에 드는 800여만원이 부담돼 포기했다. 딱한 사정을 들은 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 조용범 교수 등이 무료수술을 주선했다. 전남대병원 학마을봉사회가 수술비를 지원하고 보청기 전문회사인 스타키보청기가 인공와우 기기를 제공, 신씨는 지난 4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했다.

요즘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신씨는 "오랫동안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아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다"며 "북한에 남아있는 아내와 2남3녀의 자식들도 이 소식을 들으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언어재활 치료만 꾸준히 받으면 언어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과 보청기회사는 27일 신씨와 가족들을 초청해 인공와우 및 보조장치 기증서를 전달하고 재활치료도 약속한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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