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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퐁피두 센터|세계의 박물관 순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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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일보사발햅 미술전문지「계간미술」의 이종석주간은 근년 구미의 주요박물관을 돌아보고 그 시설과 운영 등을 집중 취재했다. 중앙청건물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결정된 것을 계기로 각국박물관의 현장취재를 통해 박물관의 세계적 추세, 시설, 기능, 교육, 보존과학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박물관을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졌다. 시민들의 박물관에 대한 요청도 점차 적극성을 띠어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그에따라 오늘날의 박물관은 변모가 불가피해졌다. 고전적 시설로서의 박물관이 아니라, 현대인과 더불어 살아 움직이는 문화의 전당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세종로1번지의 중앙청을 국립중앙박물관 건물로 활용하도록 내놓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정말이냐고 서로 재우쳐 물을만큼 뜻밖의 놀라운 소식이다. 그 석조건물의 내력이야 어찌됐든, 한국정부의 상징으로 우러러 보아온 중앙청건물과 그 일원이 박물관으로 된다니 우리나라 박물관사에 일대 쾌거요 획기적인 전환점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전세졔 1백48개국에 1천7백여의 중요한 각종 박물관 (미술관)이 있다. 이는 수년전 국제박물관위원회의 공시집계이므로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2천여개소가 미국에 있고 프랑스가 1천2백여개소, 영국이 8백여개소를 헤아린다. 한국은 지금 국립5개를 비롯해 시립·대학부설·사설을 모두 합쳐서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자부해 보려해도 30개를 꼽기가 어렵다.
단일 박물관으로서의 규모로는 단연 파리의 루브르박물관(20만점소장)을 비롯하여 런던의 대영박물관, 뉴욕의 메트러폴리턴박물관, 로마의 바티칸박물관, 대만의 고궁박물원 등이 지목되는데 이들에 비한다면 한국의 현국립중앙박물관 규모로서는 비교하기조차 쑥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선진국들에 있어서 규모보다 더 주목되는 문제는 박물관이 가고 있는 길이다. 박물관이 갖춰야 할 종래의 기본조건이외에 대중을 평온하게 유도함으로써 생활환경의 일부처럼 개방화하고있는 점이다.
가령 77년에 개관한 파리의 퐁피두센터의 경우, 뮤지엄의 새로운 개념을 실현시킨 모범적 시설로서 세계의 각광을 받고 있다. 즉 여기에는 미술·음악·건축·영상 등을 수용하는 한편 도서실·자료실과 휴게실·어린이실까지 다양하게 갖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꾀하고 있다.
말하자면 종합 예술문화센터로서의 이 시설은 즉각 파리의 명소가 됐을 뿐아니라 파리를 세계미술의 중심지로 부흥시키려는 프랑스의 노력을 열심히 반영했다.
그래서 오늘의 박물관은 수집품의 보존과 진열에 그쳐서는 안되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사회교육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가장 기본적인 임무가 있다. 따라서 박물관은 현대 사회구조의 액세서리가 된다든가 관계학자와 애호가 등 한정된 소수인의 이용물이 되어서도 안된다.
조직화된 사회자체의 문화계획으로서 기능을 확대, 종래의 교육적 이용만이 아니라 교양의 보편화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 이스라엘의 「월렘·샌드버크」박물관장은 『대중의 집접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줌으로써 그들이 박물관에서 여가의 대부분을 보내도록 만들기 위하여 박물관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식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관리자와 관람객 사이에는 끊임없는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퐁피두센터의 「폰투스·홀텐」현대미술관장은 미래의 박물관을 다음과 같이 구상한다.
『박물관은 고정된 벽과 유리 케이스를 통한 인공적 대화 방식에서 벗어나야한다.
전시 체계를 환경적으로 설치함으로써 관람자가 자유로운 공간속에서 생활감각과 일치하는 다원적체험을 하게하고, 그래서 정보 교환의 장소가 되게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언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이제바로 우리의 일이 돼가고 있다.
우선 많은 사람이 모여들도록 꾸미고, 그리고 친절하고 알기 쉽게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의 박물관 순회 길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껴졌다. 이종석 <계간미술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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