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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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진풍경 아닌 기풍경이 멀지 않아 사라질 모양이다. 개소주집. 뱀탕집, 보신탕집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뒷골목으로 한걸음 물러간다.
이들 음식의 영양학적 평가는 둘째치고 우선 대로변의 쇼윈도에 살아있는 뱀을 보아란듯이 벌여놓은 풍경하며, 개를 삶는 광경을 버젓이 보여주는 것은 자랑거리는 못된다. 그것은 상술이나 식도락 또는 건강식 이전의 문제다.
그런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조차도 마음 한구석의 혐오감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기풍경은 아마 아프리카의 어디, 아니면 동남아의 후미진 뒷골목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까이 동북의 야시장엔 아직 그런 기습이 남아있다.
원숭이, 자라, 뱀을 산채로 요리(?)하거나 또는 구워서 파는 노점상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정작 질펀히 앉아서 그런 메뉴를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외국인들의 호기심만 불러들일 뿐이다. 여기 거기서 서양여자들이 기겁을 하거나 기성을 발하는 것을 바라보는 강배시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탈리아영화감독중에 괴기취미를 가진 사람이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영화가 있었다. 「야코페티」의 『몬도가네』. 제목조차도 『개판같은 세계』.
여기에 비친 홍콩의 시장풍경이 생각난다. 생선을 팔듯이 뱀을 팔고 있는 광경이었다. 어떤 주부들은 애사로 장바구니에 뱀을 담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이것을 「개판같은 세계」의 한 장면으로 잡은 영화감독의 눈엔 문자 그대로「기괴」였을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 장면을 보며 실소를 금치못했다.
행여 서울의 모습이 그런 영화의 한 장면이 될까 걱정스럽다.
문제의 음식점이나 가게들을 뒷골목으로 욺기는 것만으로는 지금과 별차이가 없다. 차라리 변두리의 특정지역에 모아 놓는 편이 나을것도 같다. 강배의 경우만 해도 도심은 물론, 변두리의 뒷골목에도 그런 풍경은 없다. 다만 야시장의 어느 특정지역에서만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서울의 관광객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주세는 앞으로도 개속될 것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서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화국민의 면모와 풍경을 갖추는 일이 나쁠 것은 없다.
한 도시의 인상은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의 구실도한다. 정결하고 세련된 야-식-주생활은 자랑이 되면 되었지, 결코 공연한 허세가 아니다. 우리도 이젠 문화국민의 긍지와 모습을 가져야할 때가 되었다. 남의 호기심이나 옷음거리의 대상이 되기엔 우리의 교육열과 근면과 예의범절의 미덕들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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