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늘어나는 여성 해외여행|주부들 계·적금 성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81년 8월 해외여행 자유화조치가 실시된 이래 여성들의 해외여행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같으면 독자적인 해외여행은 꿈꿀 수조차 없었던 일반 가정주부들 사이에도 해외여행 비용마련을 위한 계나 적금이 상당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외무부집계에 의하면 81년 한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율은 80년에 비해 평균33·4%가 늘어난 반면 여성들의 경우 그것을 훨씬 앞지르는 46·4%. 이는 부부동반여행·초청 등 일련의 해외여행 자유화 경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오는 7월부터는 초청 방문이 한층 쉬워짐에 따라 일반가정주부들도 이제는 개별적인 해외여행을 계획할 수 있게되었다.
가정주부 지은희씨(38·서울 잠실 장미아파트)는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발표된 81년7월부터 여학교동창 6명과 동남아 단체여행을 목표로 계를 모아5백만원 짜리 은행 적금을 붓고있다.
1년 만기 5백만원 짜리 정기적금의 한달 부금은 38만8천원. 1인당부금이 한달 6만4천6백66원이지만 매달7만원씩 내 나머지는 점심 값으로 쓰고 있다.
역시 가정주부인 홍명자씨 (42·서울 종로구 인사동)는 평소친구들과 해오던 친목계가 끝나자 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올림픽 구경을 가자고 10명 계원이 함께 한국 외환은행에서 실시하는 해외여행 적금에 들기로 헸다.
그밖에도 동창끼리, 학부형끼리, 같이 영어희화를 배우고 있는 여성끼리 단체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이 늘고있다.
이렇게 일부 여성들 사이에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있는 해외단체여행은 사실상 지난해 후반부터 서서히 실시되고 있다.
덕수궁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미술애호가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현대미술관회 회원 25명은 대부분이 30, 40대 가정주부들로 이루어졌는데 지난해9윌28일부터 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8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1인당 총 회비는 2백70만원.
『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 중심으로 여행했는데 단체로 버스를 타고 한 여행이라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것을 보았다. 생각보다 모두들 건전했다』고 이 팀을 리드했던 현대미술관회 김윤순 상무이사는 얘기한다. 올해에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미술관연구회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 여행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주부클럽 연합회는 지난79년부터 로스앤젤레스의 재미 여성경제인연합회와 자매결연을 하고 매년10월 미국에서 붓글씨·자수 등의 회원 작품전을 계속하고 있다. 해마다 10여명씩의 주부회원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데 지나친 사치품구입 등 이렇다할 말썽은 거의 없다는 것이 김천주 사무처장의 얘기다.
한편 월간 여성잡지 「여성중앙」은 예지원과 공동주최로 오는 4월 여성 25명으로 구성된 동남아 7개국 문화사절단을 파견한다. 15일간 동남아를 돌면서 한국의 다도·예절 등 전통문화를 교류한다. 총 회비는 1백73만원.
그밖에도 대한 YWCA는 오는5월과 10월 평신도를 대상으로 프랑스·독일·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유럽과 중동 5개국을 도는 성지순례를 계획중이다.
아직까지는 관광여행이 가능하지 않아 문화교류·해외친지 등의 초청 등이 있어야 여권이 발급된다. 따라서 이를 미끼로 몇몇 단체에서는 해외여행을 하려는 여성들에게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여권발급을 주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단체에 속지 말 것을 이원우 대한여행사 해외여행부장은 당부한다.
김천주씨는 국제화 시대에 맞춰 여성들에게도 안목을 넓히기 위한 해외여행은 필요하고 필연적이라고 얘기한다. 따라서 해외여행기회를 가진 일부 층 여상들은 더러 사치품 구입 등으로 여성들의 해외여행 이미지를 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